한동훈 피의자에서 새 정부 법무부 장관 후보로, 민주당 반발 거세

▲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4월13일 서울시 종로구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진영을 가리지 않는 권력 비리 수사의 상징이다. 수년 동안 이어진 온갖 핍박에 맞서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며 상식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내각 인선을 발표하며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이렇게 소개했다. 

좌천에 좌천을 거듭하며 한직으로 밀려났던 한동훈 후보자가 단번에 법무부 수장을 바라보게 됐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만큼 서울중앙지검장, 수원지검장 등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이를 뛰어넘은 셈이다.

한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 시절 SK 분식회계 사건, 대선 비자금 사건, 현대차 비리 사건, 외환은행 론스타 매각 사건 등 굵직한 수사를 윤 당선인과 함께 했으며 2017년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하자 반부패·특수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검사로 발령돼 윤 당선인을 보좌했다. 

2019년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에 임명되자 한 후보자는 최연소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곧 기나긴 고난의 시절을 맞이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면서 윤 당선인과 함께 문재인 정권의 눈총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뒤 처음 이뤄진 검찰 인사에서 한 후보자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뒤이어 '채널A 사건'까지 터지면서 한 후보자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다시 좌천됐다.

채널A 사건은 2020년 이동재 전 채널A기자가 한 후보자와 공모해 감옥에 있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대표에게 친여권 인사와 관련된 비리 폭로를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채널A 사건 수사팀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했지만 한 후보자 사건은 '휴대전화 포렌식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리를 미뤄왔다. 그사이 한 후보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또다시 좌천 발령이 났다.

한 후보자는 6일 이 사건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받아 법적 족쇄를 풀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새 정부에 최연소 장관으로 합류를 예고했다. 한 후보자는 만 49세로 현재 발표된 후보자 중 유일한 40대다.

한 후보자의 인선이 발표되자 당장 민주당 측에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담당 간사단 공개 회의에서 "아무리 내각 인선이 당선인 권한이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고 국민 상식이 있다"며 "핸드폰 비밀번호를 감추고 범죄 사실을 은폐한 사람이 법과 정의 실현이 가능하겠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벌써부터 한동훈보다 차라리 별장 성접대 김학의가 더 낫겠단 얘기까지 나온다"고 비꼬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별장 성접대' 의혹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동훈 지명은 검찰공화국을 선언한 것"이라며 "윤석열정부는 야당과 전쟁하자는 것이며 출범 초기부터 칼날을 휘두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강욱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검찰 정상화에 대응으로 가장 윤석열 다운 방식을 택한 묘수"라며 "역시 최대 공로자 답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대한민국은 검찰청이 아니고 대통령은 칼잡이가 아니다"며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분리에 맞서 싸울 전사를 선택했다면 민생을 뒷받침하는 법질서 확립과 정의의 실현을 감당할 법무부 장관을 기대한 시민들의 신의를 배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 임명은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대통령이 강행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여야가 거세게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한 후보자가 깜짝 발탁되면서 검찰 내부도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7기다. 검찰의 기수문화를 고려할 때 한 후보자의 내정으로 연수원 20기인 김오수 검창총장을 비롯해 윗기수는 전면 퇴진 압박을 받게 됐다.

이와 관련해 한 후보자는 "대한민국은 이미 여야 공히 2030대 대표를 배출한 진취적 나라"라며 "지금 거의 (나이가) 50이 됐고 공직생활에서 이 분야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나이나 경력 때문에 장관직 수행을 못할만한 나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수 문화는 국민 입장에서 철저히 지엽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