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경제가 올해 안에 경기침체 상태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면 미국증시는 연말까지 10% 넘는 하락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이 경제전문가 65명을 대상으로 4월 초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28%가 올해 미국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연내 경기침체 진입을 예상한 전문가 비중은 지난해 초 설문조사에서 13%, 올해 초 설문조사에서 18%를 차지했는데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해당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높이는 반면 인플레이션 속도는 빠르게 둔화하기 어려워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금리가 높아지고 물가는 계속 상승한다면 소비자들의 소비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어 2개 분기 연속으로 경제 규모가 위축되는 경기침체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내놓은 전문가들의 비중은 2007년 8월 진행한 설문조사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당시 실제로 경기침체가 방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수준은 2월에 7.9%를 기록했는데 3월에는 이보다 더 높아져 연중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금리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안정화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6월 인플레이션은 7.5%, 12월은 5.5% 안팎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2023년 말에도 인플레이션이 평균 2.9% 수준으로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를 웃돌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상황에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단기적 요소보다 미국 고용시장의 인력 부족 문제가 경기 침체에 더 심각한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인력 부족으로 임금이 상승하면 물가 상승에 저항을 덜 받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더 심화되고 이에 따라 임금 인상 요구는 더 거세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미국에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면 필연적으로 증시 하락을 이끌 수밖에 없다며 미국증시 핵심 지표인 S&P500지수가 연말에 4천 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직전 거래일인 8일 미국증시에서 S&P500지수는 4488.28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는데 연말까지 약 12%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준이 의도적으로 증시 하락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준이 뒤늦게 매파적 성향을 띠면서 부의 양극화 문제도 해소하려 할 수 있다”며 “증시 고평가 상태를 해결하는 일이 첫 번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서 63%에 이르는 응답자는 연준이 경기침체를 이끌지 않고 안정적으로 인플레이션 완화에 성공하는 ‘소프트랜딩’에 성과를 낼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견을 냈다.
고용시장에서 실업률이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임금 인상도 이어지는 상황이 물가 인상에도 소비는 크게 위축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