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준(40) 영풍전자 대표가 영풍그룹 승계과정 초반부터 연이은 악재를 만났다. 장 대표가 이끌고 있는 반도체부문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경영능력에 벌써부터 물음표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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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형진(왼쪽) 영풍그룹 회장과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
또 최근 영풍문고 리베이트 사건으로 영풍그룹 지배구조가 도마 위에 오른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세준 영풍전자 대표가 경영일선에 나선 첫해인 지난해 영풍전자는 2007년 이후 최저 성장률을 보였다. 영풍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2% 늘어난 4570억 원에 그쳤다. 순이익은 70%나 감소해 194억 원으로 떨어졌다.
장세준 대표는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영풍그룹 지주회사 격인 영풍의 최대주주로 장씨 3세 중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장세준 대표는 지난해 초 반도체부문 핵심 계열사인 영풍전자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전자회로인쇄기판 제조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 사내이사에도 이름을 올려 경영보폭을 확대하는 중이다.
영풍그룹은 현재 비철금속 제련을 중심으로 부동산, 서점, 전자, 반도체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장 대표가 반도체부문에서 입지를 다진 뒤 그룹 핵심사업인 비철금속 제련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권 승계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영풍전자의 실적악화는 장 대표의 경영권 승계를 흔들고 있다. 그의 경영능력에 벌써부터 물음표가 붙게 된 것이다. 그를 두고 업계에서 준비되지 않은 후계자라는 말도 나온다.
영풍전자 관계자는 “실적이 조금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워낙 업황이 좋지 않다보니 영향을 받은 것일 뿐 장 대표의 경영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는 아니다”라며 “장 대표가 취임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고 향후 경영구도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장 대표의 경영능력을 평가하기에 아직 이른 시점일지도 모른다. 영풍전자의 실적이 회복되면 장 대표의 경영능력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계열사 영풍문고의 리베이트사건으로 그룹 지배구조가 구설수에 오른 것은 가야 할 길이 먼 장 대표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검찰은 영풍문고가 밴(VAN) 서비스 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밴 서비스는 신용카드 단말기를 통해 고객과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거래를 중개하고 카드사와 국세청에서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검찰은 지난해 밴 서비스 회사선정 과정에서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코레일유통 전 대표 등 10명을 구속했다. 이번 조사도 영풍문고를 넘어 영풍그룹 윗선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영풍문고가 그룹 지배구조에서 ‘영풍-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주목됐다. 장씨 오너일가는 영풍문고의 지분을 보유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영풍문고의 경우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과 장남 장세준 대표 등 장씨 오너일가가 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책임론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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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 |
영풍그룹은 창업자 고 장병희 회장과 고 최기호 회장이 1949년 공동 설립한 영풍기업을 전신으로 하는 대기업 집단이다. 초대 최기호 회장이 1977년 병환으로 경영에 손을 떼자 동업자 장병희 회장이 2대 회장에 올랐다. 선대의 공동경영체제 전통은 후대에도 이어졌지만 무게의 추는 장씨 일가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장병희 회장의 차남 장형진 회장이 지주회사 격인 영풍을 물려받으며 영풍그룹 내에서 실권을 쥐게 된다. 반면 최기호 회장의 장남 최창걸 명예회장, 차남 최창영 명예회장, 삼남 최창근 회장 등 최기호 회장의 2세들은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장형진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영풍이어서 최씨 일가의 지배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최씨 일가 3세 중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인물은 최창걸 명예회장의 차남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이다. 최 부사장은 2007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경영권 승계의 첫 발을 뗐다. 지난해 초 고려아연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올 초 고려아연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