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멘트는 누구를 새 주인으로 맞이할까?
현대시멘트 매각의 걸림돌이었던 파이시티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매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시멘트는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어 인수합병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지난해 동양시멘트와 쌍용양회의 인수전처럼 매각 흥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 현대시멘트 사흘연속 상한가, 매각 기대 고조
현대시멘트 주가는 13일 전일 대비 29.97% 오른 4만7050원으로 장을 마쳤다. 3거래일 연속 상한가이자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타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현대시멘트 주가는 9거래일만에 1만8천 원에서 4만7천 원으로 2.6배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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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환 현대시멘트 사장. |
현대시멘트 주가가 급등한 것은 매각성사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시멘트는 2010년 기업 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해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다.
현대시멘트는 파이시티 보증채무 약 2천억 원을 떠안고 있어 매각이 이뤄지기 쉽지 않았다. 파이시티는 현대시멘트의 자회사였던 성우종합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개발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하림그룹이 파이시티 부지를 4525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현대시멘트 매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은행 등이 제공한 파이시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규모가 9천억 원 정도로 많기 때문에 이번 하림그룹의 파이시티 인수로 현대시멘트 보증채무가 줄어드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는 현대시멘트의 재무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PF 대주단은 매각대금을 정산한 뒤 미회수채권에 대해 현대시멘트에 본인채무이행청구를 하게 된다. 현대시멘트 채권단은 이 부분을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 현대시멘트 인수 후보 누가 있나
현대시멘트는 지난해 국내 시멘트 시장점유율 10.1%를 차지했다. 순위는 6위이지만 업계 선두인 쌍용양회를 제외하면 2~6위가 10%초반대 점유율로 촘촘히 자리잡고 있다. 어느 한곳이 다른 곳을 인수할 경우 선두 도약도 가능하다.
현대시멘트는 지난해 상위 7개 시멘트회사 중 수익성도 가장 좋았다. 매출 3632억 원, 영업이익 525억 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이 14.45%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현대시멘트는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현재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는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꼽힌다. 유암코는 지난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대시멘트를 인수대상 후보에 올리고 면밀히 관찰해왔다. 이미 현대시멘트에 대해 재무구조와 기업 실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다른 인수후보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
사모펀드도 유력한 인수후보 중 한 곳이다. 최근 한앤컴퍼니, 글랜우드 등 사모펀드의 시멘트회사 인수가 잇따랐다. 현대시멘트 인수후보로는 파인트리자산운용이 입길에 오른다.
파인트리자산운용은 지난해 동부건설에 이어 올해 동양 인수 등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파인트리자산운용이 건설·건자재 분야 인수전에 잇따라 이름을 올리고 있어 현대시멘트 인수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멘트업계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시멘트회사들이 인수를 시도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최근 시멘트업계는 오너 후계자들의 경영권 교체가 활발한데 이들이 인수합병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이 인수후보로 거명된다.
◆ 범현대가, 현대시멘트 인수 가능성은 낮아
지난해 파이시티 매각에 KCC가 관심을 나타내면서 범현대가가 현대시멘트를 되찾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현대시멘트는 1958년 현대건설 시멘트사업부에서 출발해 1969년 분리독립한 곳이다. 범현대가에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산업개발, 한라, KCC 등 건설·건자재회사가 많아 현대시멘트와 시너지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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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선 전 현대시멘트 회장. |
그러나 얼마 전 정몽선 현대시멘트 전 회장이 경영권에서 완전히 배제되면서 범현대가가 나설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여겨진다. 정 전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정 전 회장은 2014년 출자전환 이후 현대시멘트 최대주주 지위를 잃었다. 지난해 10월 회장 및 대표이사 직위에서 해임됐다. 정 전 회장은 현 경영진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올해 3월 법원에서 기각됐다.
반면 이주환 현대시멘트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정 전 회장이 제기한 이사해임 안건이 부결된 데다 최근 한국시멘트협회 신임회장에 선임되며 안팎으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 사장은 정 전 회장의 매제다.
정 전 회장이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주환 사장과 임승빈 전무에 대해 이사해임 청구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