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IND(Investment & Development)본부는 국내 투자를 넘어 앞으로 미국, 유럽 등에 있는 글로벌 신생기업 투자에도 나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IND본부는 신생기업에 대한 전문적 투자를 위해 최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새롭게 만든 조직이다. 기업의 초기 단계부터 이후 성장까지 토털솔루션을 제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델은 기업의 초창기에 투자하기 때문에 예상과 다르게 투자기업의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는 등 많은 위험을 안고 있다. 상장회사와 같이 상당한 궤도에 오른 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기존 증권사의 사업모델과 다르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 부회장은 올해 들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티빙에 2500억 원 규모를 투자한 데 이어 휴이노, 이뮨온시아, 테라베스트 등 바이오 신생기업들에 8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티빙은 2023년까지 약 100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일본과 대만, 미국 등 주요 국가에 직접 서비스를 론칭해 현재 200만 명의 가입자를 800만 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심전도 웨어러블 기기 개발 업체 휴이노는 정부의 심전도 검사 보험수가 확대에 따른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성장 전망 아래 의료 인력의 수작업 판독을 대신하는 인공지능(AI) 분석 기술 개발로 제품 보급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 부회장의 결정은 증권업계의 신선한 시도로 평가된다.
증권사가 벤처캐피털이나 사모펀드처럼 신생기업들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자금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발'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결정하는 최 부회장의 방침에 따라 가능한 시도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기업에 자금조달을 중개하는 기존 증권사 역할을 넘어 기술력은 높지만 금융기반이 부족한 기업들에 자금을 직접 투입하고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단계적 기업금융(IB)으로 투자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 부회장은 그동안 성장성에 주목하는 과감한 투자로 메리츠증권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을 통해 급성장했다. 이 사업의 성패는 장래성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관련 리스크를 관리하는 능력이 좌우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은 부동산 개발을 통해 발생할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잡고 자금을 투입한 뒤 미래에 발생하는 이익을 상환재원으로 하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로 부동산 투자를 기피하던 시절부터 이 사업에 집중해 메리츠증권을 키웠다.
메리츠증권은 2009년 말 자기자본 5295억 원에서 현재 5조 원대로 늘어나 10배 이상 성장했다. 메리츠증권은 최 부회장의 안목과 치밀한 관리역량에 힘입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을 증권업계 최상위권으로 끌어 올렸다.
최 부회장은 신생기업 투자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인재영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증권업계 경험이 전무한 김재교 유한양행 전무를 IND본부의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바이오분야에서 사업성을 바라보고 신생기업의 시작부터 장기적 투자에 직접 참여한다는 계획에 따른 결정이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김 본부장은 1990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기업설명(IR), 경영기획, 글로벌 전략, 라이센싱 업무를 한 바이오업계 30년 베테랑이다”며 “기업 투자에 있어 요구되는 전문적 지식과 업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의 연구 개발과 허가, 사업개발 분야에서 다양한 협업 과정을 지원하고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투자로 부족한 자금은 고객사나 계열사 등 다른 기업들의 자금을 유치하고 스스로 GP(General Partner)가 돼 무한책임 투자자의 역할을 맡아 사업성 높은 기업이 있으면 계속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에서 투자여력을 확보해 뒀기 때문에 신생기업 투자에도 과감히 나설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기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에 집중해 큰 성공을 거둔 뒤 IND본부를 통해 수익원 다각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4분기 순이익 1898억 원을 거둬 최대 순이익을 내는 등 순이익 급증세가 유지돼 새로운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1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4연임을 확정받아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