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에 반도체 공급하는 중국기업에 경고, 한국에도 불똥 튀나

▲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SMIC 등 중국 반도체기업을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압박이 중국의 반도체장비 반입 제한 등 제재조치로 이어진다면 중국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는 현지시각으로 10일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중국에 강력한 경고를 내놓았다”며 “러시아가 경제제재를 우회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겠다는 목적”이라고 보도했다.

레이몬도 장관의 발언은 SMIC 등 중국 반도체기업이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러시아에 계속 반도체를 공급하는 상황에 대한 언급이다.

그는 “미국은 SMIC와 같은 중국기업이 문을 닫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미국은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실행할 수 있는 방안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계속 러시아에 반도체를 공급한다면 이를 강제적으로 중단하게 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미국이나 유럽 소속 기업들이 중국 반도체기업에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기술 라이선스 제공을 금지하는 등 제재가 시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레이몬도 장관은 “미국은 중국 반도체기업이 우리의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없도록 막을 수 있다”며 “반도체 생산 역량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레이몬도 장관의 발언에 “중국은 미국의 경제제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를 향한 미국의 외교정책이 중국의 권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미국의 압박에도 러시아에 반도체 공급을 자발적으로 중단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하원의원 마이클 매콜도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에서 중국에 기술 공급을 차단할 수 있는 조치를 신속하게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군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을 대상으로 의미있는 수준의 제재조치가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기업을 대상으로 압박을 강화한다면 중국에서 반도체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중국에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기업들의 중국 공장에 반입하는 반도체 장비도 규제 대상에 포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실제로 지난해 말 SK하이닉스가 중국 반도체공장에 첨단 EUV(극자외선) 장비 도입을 추진하는 알을 두고 우려하는 태도를 보인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 반도체산업을 더욱 압박하려 한다면 한국 반도체기업들도 영향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이전부터 중국 반도체산업을 견제해 온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 경제제재를 핑계로 삼아 중국 반도체기업을 본격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2020년 중국 화웨이를 대상으로 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의 강력한 제재를 반도체기업에 내릴 수 있다”며 “당시 미국 정부의 제재는 결국 화웨이 스마트폰사업 몰락을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