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찬스'.
최근 직장인들이 모인 블라인드 커뮤니티에서 "1998년생이 부장님으로 입사하셨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했을 나이인 24살의 젊은이가, 1973년 설립돼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대기업 대우건설에 부장이 됐다고 한다.
주인공은 대우건설 전략기획팀에 부장이자 팀원으로 입사한 정정길씨이다.
정정길씨는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손자이자 정원주 부회장의 아들인데 2월28일 대우건설 임원인사에 맞춰 중흥건설 대리로 일하다 자리를 옮긴 것이다.
대우건설이 중흥그룹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주택뿐 아니라 해외 플랜트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만큼 경영수업을 위한 선택일 수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제 20대 중반에 나이에 대기업 부장 직급은 과해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기업결합심사를 승인한 직후 대우건설에서는 40명가량의 임원이 옷을 벗었다. 대우건설의 어려운 시기를 동고동락했던 임원들이 한꺼번에 물러나는 와중에 정 회장 손자의 부장 입사는 너무나 선명하게 대비된다.
더욱이 중흥그룹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양새는 더욱 구겨진다.
중흥그룹은 내부거래를 통해 정원주 부회장(
정창선 회장의 아들)이 100% 지분을 소유한 중흥토건을 키워왔다. 세금 내지 않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는 이유다.
건설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중흥그룹이 계열사인 새솔건설과 다원개발, 그린시티건설 등을 통해 3세 승계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로 세금을 피하면서 할아버지의 부를 물려주려한다는 것이다.
중흥그룹의 행태는 GS건설에 견주면 더욱 선명하게 비교된다.
허윤홍 GS건설 신사업부문 대표 사장은 2002년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에 사원으로 입사한 뒤 GS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20대 평사원으로 시작해 30대에 경영 일선에서 경험을 쌓은 뒤 40세에 신사업부문 대표를 맡았다. 상당한 경험을 쌓은 뒤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정 회장의 손자도 중흥건설 대리의 경력을 인정받아 대리나 과장 수준의 직급에서 팀원으로 합류했다면 이런 논란은 최소화 됐을 수도 있다.
바야흐로 시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지난 2일 '대우건설 인수합병(M&A) 종결에 따라 대우건설 임직원께 드리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기업경영에서 ESG 경영은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패러다임이 되었다. 환경, 사회 그리고 경영구조에 대한 기업의 영향력과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에 관한 투명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