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인텔 CEO가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시장에서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을 활용해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시장에서 앞선 공정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시설 투자가 메모리반도체와 분산될 수밖에 없어 인텔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IT전문지 스트래터체리는 현지시각으로 24일 팻 겔싱어 CEO와 인텔의 파운드리사업 중장기 계획을 두고 진행한 인터뷰를 보도했다.
겔싱어 CEO는 “인텔이 자체 반도체를 설계하고 직접 생산도 한다는 점은 확실한 경쟁 우위요소”라며 “CEO에 오르기 전부터 설계와 생산을 분리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AMD가 2008년부터 반도체 자체 생산을 중단하고 TSMC 등 외부 파운드리업체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기 시작한 것과 인텔의 상황을 비교한 것이다.
겔싱어 CEO는 인텔의 반도체 설계와 생산사업을 분리했다면 중장기 성장을 자신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다양한 대안을 고민했지만 결국 생산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인텔은 현재 TSMC나 삼성전자 등 다른 파운드리 경쟁사와 비교해 공정 기술력이 뒤처진다.
이런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수준의 미세공정 기술 개발을 포기하고 차세대 1.8나노 공정의 반도체 생산기술 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공정 전환이 이뤄지는 기간에 인텔에서 설계해 출시하는 반도체 일부는 TSMC에서 위탁생산한다.
겔싱어 CEO는 인텔의 차세대 1.8나노 공정이 퀄컴과 엔비디아, AMD, 애플, 미디어텍 등 주요 반도체 설계업체에 가장 도움이 되는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 기반으로 대형 고객사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을 적극 수주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을 보인 셈이다.
겔싱어 CEO는 차세대 1.8나노 공정으로 파운드리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물론 대만 TSMC를 뛰어넘고 업계 리더십을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인텔이 다른 파운드리업체와 같이 새 공정기술을 개발할 때마다 신규 생산라인 투자를 벌이는 것과 달리 기존의 반도체장비를 새 공정으로 업그레이드해 쓰는 점도 경쟁요소로 꼽혔다.
겔싱어 CEO는 “TSMC는 첨단 반도체 공정의 가격을 높여 수익을 얻고 인텔은 구형 반도체 공정 기술을 첨단화하며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함께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사업에 들이는 시설 투자와 관련한 내용도 이어졌다.
겔싱어 CEO는 TSMC와 같이 대규모 투자로 물량 공세를 벌이는 전략이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인텔이 가장 효과적으로 투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설투자는 파운드리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와 분산되고 TSMC는 첨단 공정뿐 아니라 구형 공정 기반 생산라인에도 동시에 투자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 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전환하는 데 대부분의 시설투자금을 들이는 인텔의 방식이 투자 대비 효율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겔싱어 CEO는 한국과 대만, 미국에 제한되어 있는 경쟁사들의 반도체 생산시설과 달리 인텔이 유럽에 대규모 파운드리공장 건설을 계획중인 점도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텔의 반도체공장 투자 확대는 자체 설계 반도체의 가격 경쟁력 확보, 파운드리 고객사 확대, 외부 파운드리 의존 축소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