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제재안을 받아들일까 아니면 불복하고 법적싸움에 나설까.
10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종합검사 결과서를 수령한 뒤 향후 대응방향에 관해 검토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통보받은 뒤 90일 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며 “법원을 통해 항소를 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종합검사 결과서에는 삼성생명이 암 입원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과 관련한 기관경고, 관련 전현직 임직원 징계, 과징금 1억5500만 원 부과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기관경고라는 중징계가 담긴 종합검사 결과서를 수령한 만큼 결과서를 받은 직후부터 1년 동안은 신사업 진출이나 지분 취득 등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사업을 할 수 없다.
전 사장은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금융당국 제재안과 관련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2020년에 암환우 모임(모암모)와 대법원까지 이어진 소송에서 이 문제를 놓고 승소한 경험도 있다.
당시 대법원은 암 치료 후 후유증 완화와 합병증 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것은 직접 치료에 포함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삼성생명이 입원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봤다.
금융감독원은 보험가입자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종합검사를 실시해 암 입원보험금 지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결과에서 지적된 519건을 검토했고 이 가운데 496건이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삼성생명이 암 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이 모두 암의 직접 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암 입원보험금 지급을 일률적으로 거부한 것은 약관을 따르지 않아 보험업법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삼성생명이 금융위원회의 결론에 불복하고 법원의 판단을 구해 금융당국에서 판단한 496건의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건이 정당했다는 점을 입증해 낸다면 징계 수위를 낮출 수도 있다.
다만 보험업계는 전 사장이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본다.
소송을 제기하면 금융당국의 제재도 일단 보류된채 법원의 최종 판결 뒤로 미뤄지게 되면서 금융당국의 인허가 제한기한이 사실상 연장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상황이 상당한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지 못하게 되는 1년 동안 일단 신사업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닦아놓고 제재가 풀린 뒤에 바로 사업을 시작하는 방법이 제재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삼성생명을 포함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가 3월 출시하려는 통합 모바일앱이 금융위원회의 징계에 대비한 ‘플랜B’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생명이 통합 모바일앱으로 마이데이터사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금융당국의 제재기간이 끝난 뒤 허가를 받아 다른 금융사의 고객 정보를 추가해 경쟁에서 뒤처진 상황을 만회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4곳은 각 계열사 앱에 흩어져있던 기능을 앱 하나의 모으는 작업을 금융위원회의 제재 심의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해 4월부터 시작했다.
통합 모바일앱에는 오픈뱅킹이나 보험료 결제 등 통합 금융 서비스가 제공되고 각 계열사 데이터를 활용한 정보성 콘텐츠 등도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통합 모바일앱은 마이데이터 사업 인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금융회사의 정보를 가져올 수 없다는 한계는 있다.
하지만 기존 삼성 금융계열사 앱의 이용자 숫자를 단순 합산해도 3200만 명에 달해 이들 고객이 동의하는 정보만 활용해도 일정 부분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