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이후 임원진의 스톡옵션 매도 이슈가 발생한 것에 투자자들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한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내정자는 8일 2021년 4분기 카카오페이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실적발표회는 지난해 12월
류영준 전 대표이사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 행사 뒤 주식 매각으로 이른바 ‘먹튀’ 논란이 불거진 뒤 처음 진행된 콘퍼런스콜이다.
신 내정자뿐 아니라 주식매각으로 함께 논란을 빚었던 이지홍 디자인총괄 부사장, 나호열 기술개발총괄 부사장, 전현성 인사총괄 부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함께 했다.
신 내정자가 지난해 말 시작된 스톡옵션 매도 논란을 놓고 고개를 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들어서도 여러 차례 공식자료를 내고 안팎의 이해관계자와 주주들을 향한 신 내정자의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신 내정자는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직 시장 신뢰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여전히 스톡옵션 매도 논란 이전과 비교해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가는 기업을 향한 시장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이날 13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25.21% 빠졌고 임원진의 지분 매각 이전인 지난해 12월9일 종가와 비교하면 37.41% 하락했다.
이 기간 국내 증시 역시 크게 흔들렸지만 카카오페이가 속한 코스피 하락률은 같은 기간 각각 7.76%와 8.76%에 그쳤다.
신 내정자는 사과 뒤에는 직접 지난해 실적과 주요 경영사항을 발표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272억 원, 순손실 323억 원을 냈다. 2020년에 이어 적자를 이어갔지만 신 내정자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담겼다.
신 내정자는 “비록 지난해 영업손실을 냈지만 카카오페이의 성장성과 기초체력은 바뀌지 않았다”며 “앞으로 비용이 정리되면서 수익성장에 따른 이익 실현이 올해 안에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속해서 늘고 있는 거래액과 월간활성사용자 수뿐 아니라 카카오페이증권, 마이데이터, 손해보험사업 등 카카오페이가 준비하고 있는 신사업들이 신 내정자의 자신감을 뒷받침했다.
특히 카카오페이 사용자들의 충성도가 높아진 점이 수치로 확인된다.
카카오페이 사용자들은 이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금액을 결제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업 초창기부터 카카오페이를 쓴 사용자들의 일인당 연간 결제액은 2016년 6만6천 원에 그쳤는데 2017년 21만8천 원, 2018년 48만6천 원, 2019년 73만9천 원, 2020년 101만3천 원, 2021년 144만8천 원 등 매년 빠르게 늘었다.
이런 흐름은 매해 카카오페이에 가입하는 신규 고객에게 모두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신규 고객의 첫 해 결제액도 2016년 6만6천 원에서 2021년 24만1천 원으로 5년 사이 4배가량 증가했다.
▲ 카카오페이 연도별 인당 결제액. <카카오페이 실적발표 자료> |
신 내정자는 지금의 성장성을 유지하기 위한 올해의 키워드로 ‘백 투 베이직(Back to Basic)’ 즉 ‘초심’을 꼽았다.
신 내정자는 “카카오페이를 출범하던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하기 위한 ‘백 투 베이직’을 올해 핵심 사업방향으로 잡았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테크핀 기업으로 명확히 인식될 수 있도록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페이의 초심을 ‘핵심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 향상’으로 정의했다. 주요 서비스인 결제와 송금, 주식, 대출 등의 금융서비스에서 더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 기본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신 내정자는 성장성을 입증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고도 다짐했다.
신 내정자는 “2022년은 카카오페이가 오랜 기간 준비했던 주식서비스와 마이데이터, 보험사 출범 등 성장 잠재력이 성과로 연결되는 중요한 원년이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성숙한 방식으로 투자자와 신뢰를 쌓는 의미 있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 내정자는 1977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럼비아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MBA)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베인앤컴퍼니 서울사무소 부파트너 등을 거쳐 2018년 전략총괄부사장(CSO)으로 카카오페이에 합류해 지난해 11월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올해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카카오페이 대표이사에 오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