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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뉴시스> |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카드 수수료 인하와 간편결제 서비스의 확대 등 카드회사들은 수익성 악화라는 공통된 고민을 안고 있는데 은행을 끼지 않는 기업계 카드회사들은 그 고민의 무게가 훨씬 무겁다.
원 사장은 기업계 카드회사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은행을 잡아라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원기찬 사장은 SC제일은행의 전국 254개 지점을 영업망으로 활용해 삼성카드의 영업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원 사장은 SC제일은행과 제휴를 통해 SC제일은행을 든든한 우군으로 확보했다. SC제일은행은 모든 신규 신용카드를 삼성카드로 발급한다. 두 회사는 최근 ‘SC제일은행 삼성카드’를 내놓았다.
원 사장은 3월 삼성카드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원을 유치할 때 저비용이고 자발적인 유입채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원 사장은 SC제일은행을 통해 고객확보에 나서 은행을 배경으로 두지 않는 기업계 카드회사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카드가 SC제일은행과 손잡으면서 최소 0.5%포인트 이상의 시장점유율 상승폭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SC제일은행의 카드시장 점유율은 0.7%, 전체 카드회원수는 52만 명이다.
삼성카드가 다른 은행계 카드사처럼 체크카드사업을 강화하게 된 점도 긍정적이다. 체크카드는 수수료수익은 적지만 대학생과 신입 직장인 등 비교적 젊은 이용층을 확보해 신용카드 이용자를 넓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의 영업점, 뱅크샵, 뱅크데스크 등에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게 되면서 영업채널 다각화와 고객 유치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얻게 됐다”며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체크카드사업도 앞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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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오른쪽)과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2월1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SC제일은행-삼성카드 포괄적 업무제휴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서명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 삼성그룹 계열사와 연계 확대
원 사장은 삼성그룹 계열사와 협업을 통해 삼성카드의 영업채널을 넓히고 있다.
삼성카드는 삼성생명을 비롯한 다른 금융계열사와 함께 복합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올해 초 삼성카드의 지분 71.93%를 사들여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두 회사의 복합점포 시너지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 사장은 1월 사내방송에서 “삼성카드는 삼성그룹 관계사와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삼성페이, 금융복합점포 등 연계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카드는 신규 카드모집의 15%를 삼성생명과 함께 운영하는 복합점포에서 내고 있다”며 “삼성생명이 자회사 편입을 기점으로 삼성카드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 사장은 삼성전자와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8월 삼성페이의 출시 직후 PC온라인 결제를 유일하게 담당하는 등 삼성페이의 카드사업 협업을 도맡았다. 올해 들어 삼성페이 전용 카드상품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삼성카드는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을 새로운 카드결제 통로로 확보하기도 했다. 사물인터넷이 적용된 가전제품에서 곧바로 상품을 결제할 때 삼성카드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원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30년 동안 일했던 경험을 통해 계열사의 이점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삼성페이와 사물인터넷 등 오프라인 결제고객을 끌어온다면 삼성카드의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업계 카드사, 넓혀야 산다
원기찬 사장이 영업통로를 넓혀 수익성 확대에 주력하는 것은 기업계 카드회사가 처한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삼성카드는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1020억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이익이 23.4% 늘어났다. 그러나 르노삼성자동차, 호텔신라, 에스원 등으로부터 배당금 439억 원을 받은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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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
삼성카드는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2위이지만 체크카드까지 합친 점유율로 보면 3위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구매실적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11.8%를 기록했다. 2014년보다 점유율이 0.3%포인트 하락했다.
시장점유율 하락은 기업계 카드회사의 공통된 고민이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도 지난해 점유율 하락을 겪었다.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우리카드 등 이른바 은행계 카드회사들이 은행과 연계를 강화해 기업계 카드회사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은행계 카드사는 계열 은행을 영업망으로 적극 활용하는 만큼 마케팅과 카드모집비용을 기업계 카드회사에 비해 절감할 수 있다.
기업계 카드회사들은 카드가맹점 거래수수료 인하 등의 악재 속에서 갈수록 영업망 부족이라는 약점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카드가맹점 거래수수료 인하 등으로 개별 카드회사들의 올해 순이익이 적게는 10%, 많게는 20%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조차도 올해 1분기에 순이익 감소를 겪고 있다”며 “카드가맹점 거래수수료 인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부터 은행계 카드사와 기업계 카드사의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