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최대주주 엠투엔의 바이오사업 구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엠투엔은 신라젠의 신약개발 역량에 기대를 걸고 거금 600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신라젠이 협업을 본격화하기도 전에 코스닥에서 퇴출될 상황에 내몰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신라젠 상장폐지 위기 내몰려, 엠투엔 600억 투자금도 '바람 앞의 등불'

▲ 엠투엔(위쪽)과 신라젠 로고.


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라젠 상장폐지가 확정될 경우 엠투엔이 보유한 신라젠 지분가치 급락이 불가피하다.

엠투엔은 반도체 부품과 의료기기 등을 만드는 기업이다. 2020년 바이오분야에 진출한 뒤 미국 바이오기업 그린파이어바이오를 인수하고 미국에 현지법인 그린쓰리바이오를 설립하는 등 공격적 경영을 펼쳐왔다.

여기에 더해 2021년 7월에는 신라젠과 약 600억 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약을 체결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현재 신라젠 지분 18.23%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엠투엔은 2020년 연결기준 매출 351억 원을 거뒀다. 신라젠 인수를 위해 2년 어치 매출에 버금가는 자금을 쏟아넣은 셈이다. 자금 부담을 감수하고 장기적 전망을 보고 과감한 ‘빅딜’을 단행했다고 볼 수 있다.

엠투엔은 당시 유상증자를 통해 1천억 원을 확보했다. 여기서 신라젠 지분 매입에 투입하는 600억 원을 제외하고 신라젠 신약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023~2024년 2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미국 그린파이어바이오를 통해 신라젠과 후보물질 발굴 및 임상개발 등에서 협력한다는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엠투엔의 경영 참여에도 불구하고 신라젠에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18일 오후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를 통해 신라젠의 상장폐지를 결론지었다. 2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9일 오후3시 현재 엠투엔 주가는 전날보다 29.74%(3450원) 내린 8150원으로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엠투엔이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와 관계없이 섣불리 발을 뺄 수 없다는 부분이 주주들의 우려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엠투엔이 인수한 신라젠 지분은 보호예수가 걸려 있어 3년 동안 처분할 수 없다.

엠투엔으로서는 신라젠의 극적인 회생을 바랄 수밖에 없게 됐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2020년 5월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했다. 이후 거래소는 2020년 11월 신라젠에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신규투자자 유치 등의 방식으로 자본금을 500억 원 이상 확충하고 신규 최대주주는 지분 15% 이상을 확보하도록 조건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 열린 기업심사위는 신라젠의 신약개발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엠투엔 참여로 확보된 자금이 회사를 살리는 데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라젠이 개선기간을 부여받으면서 제출했던 영업 관련 계획의 이행에 불충분한 부분이 있었다는 판단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라젠은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반발했다. 18일 낸 입장문을 통해 “현재 당사는 정상적으로 주요 임상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구개발 등 경영활동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폐지 여부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를 거쳐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기업은 코스닥시장위원회의 결정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심사한 뒤 다시 결론을 내린다.

신라젠은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도 상장폐지 결정이 번복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라젠 관계자는 “개선기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고 본다”며 “어떤 부분이 미흡했는지는 아직 거래소로부터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