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은 여러 이해집단의 고통분담이 요구되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엄청날 뿐 아니라 국민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도 결코 적지 않다.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전제돼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는 어디인가  
▲ 임종룡 금융위원장.
하지만 그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사령탑도 불분명하고 과정도 투명하지 않은 것 같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금융위에서 열린 ‘제 3차 산업경쟁력 강화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주재했다. 이 이 협의체가 공식적으로 구조조정의 사령탑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사실상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본관 서쪽 별관에서 열린다고 이런 이름이 지어졌는데 24일 열린 서별관회의에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 위원장, 안종범 대통령 경제수석,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등이 참석했다.

사실상 구조조정과 관련된 ‘중량감 있는’ 인사 대부분이 모인 셈이다.

차관급 협의체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나온 결론을 공표하고 실무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컨트롤타워의 이원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서별관회의는 법적 근거가 없는 비공식 회의체로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회의가 언제 열리는지,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도 뒤늦게 알려지는 게 보통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생사가 걸린 중차대한 결정이 비공개.비공식 모임에서 내려지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나중에 책임소재도 불분명해질 뿐더러 무슨 기준으로 기업의 생사를 판단했는지 설득력도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밀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재무구조개선약정과 관련해 기업 명단, 약정의 기본 내용, 이행 점검.조치 내역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부실재벌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며 “이들에 대한 선제적 재무구조 개선은 국민경제 전체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선에서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치의 대표적인 폐해는 결정을 내리되 책임지지 않는 것이다.

관치가 되지 않으려면 관련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과 국회가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또하나 빠트리지 말아야 할 것은 사재출연처럼 오너일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최근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왜 직원들만 져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비등하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한진해운 주식을 처분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나와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대주주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국민이 공적자금 투입과 같은 ‘달갑지 않은’ 일에 흔쾌히 동의할 수 있겠는가.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