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삼성전자 특허분야의 방패였던 전문경영인이 퇴직 뒤 삼성전자에 특허소송의 창끝을 겨눠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 부사장이 장본인이다. 안 전 부사장은 누구이며 왜 친정을 상대로 특허 관련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안 전 부사장이 설립한 특허관리회사(NPE) 시너지IP가 2021년 11월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아메리카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냈다.
시너지IP는 안 부사장이 2019년을 끝으로 삼성전자를 떠난 뒤 2020년 6월 설립한 회사로 서울 서초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시너지IP가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는 무선이어폰과 녹음, 음성인식 등 음향관련 특허 10건이다.
시너지IP는 소장에서 미국 스테이턴테키야가 이 특허들의 소유권을 지니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특허 침해사실을 인지하고도 제품 판매를 멈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갤럭시S20 시리즈, 갤럭시버즈, 개인비서 애플리케이션 빅스비 등에 이 특허기술들이 쓰인다. 시너지IP도 이 특허들의 권리를 일정 부분 보유하고 있다.
안 전 부사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특허권자인 스테이턴테키야가 소송을 원했고 저는 제가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며 “삼성전자에 악감정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로서는 이 사안을 내부적으로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안 전 부사장이 삼성전자의 내부 영업기밀을 소송전에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안 전 부사장은 1959년 태어나 부산 중앙고등학교와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나왔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금속공학 석사 학위와 미국 산타클라라대 법정학 박사 학위도 받았다.
미국에서 특허변호사로 일하다 1990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997년 삼성전자 특허그룹 수석연구원에 오른 뒤 삼성전자 특허분야에서 꾸준하게 일했다.
2002년 삼성전자 LCD 지적자산팀장, 2007년 LCD총괄 차세대연구소 지적재산그룹장, 2009년 종합기술원 IP(지적재산권)전략팀장 등을 거쳐 2010년부터 삼성전자 IP센터장을 지내다 2019년 퇴임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안 전 부사장의 승진 당시 “특허분야와 관련한 철학과 소신이 명확하다”며 “특허출원부문의 강화와 특허인력 양성 등에 힘써 중장기적 안목으로 특허분야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를 향한 전자업계의 대체적 평가도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 전문지식과 특허 및 법무지식을 함께 보유한 특허분야 전문가’로 삼성전자와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후 안 전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노키아의 라이선싱계약 등 일반적 특허계약, 삼성전자와 IBM의 특허 교차활용(크로스 라이선스)계약과 삼성전자와 구글의 특허 교차활용계약 등 특허분야 외부 협력 등 특허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들을 이끌었다.
삼성전자(통신특허)와 애플(디자인특허)의 특허 맞소송과 삼성전자(기술특허)와 화웨이(디자인특허)의 특허 맞소송 등 외부에서 걸려온 소송에 맞소송으로 대응하며 삼성전자의 특허주권을 수호하는 데에서도 존재감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부품(반도체, 디스플레이)부터 완제품(IT기기, 가전, 통신장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만큼 기업 대 기업의 특허소송뿐만 아니라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회사들과의 소송도 잦은 편이다.
안 전 부사장은 2019년 퇴임 전까지 10년 가까이 삼성전자 특허분야를 이끌며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응해온 만큼 삼성전자 특허분야의 강점과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삼성전자로서는 10년 동안 든든했던 특허분야 방패가 퇴임 1년 만에 칼날로 돌아선 것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장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성실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