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제한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 석탄가격까지 오르면 발전연료비가 더 늘어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전 인도네시아 석탄 수출제한 촉각, 정승일 석유 LNG 이어 삼중고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가격인 SMP(계통한계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평균 SMP는 kWh당 163.59원을 기록했다. 1년 전(72.69원)보다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지난해 12월 월평균 SMP는 142.81원으로 집계돼 2014년 12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SMP는 지난해 상반기 80원대에 머물렀지만 하반기에 이어 새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원가부담 증가로 4조 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적자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국제 유가는 카자흐스탄의 반정부 시위, LNG가격은 우크라니아를 사이에 둔 유럽과 러시아 사이 갈등의 영향으로 새해 들어서도 각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발전연료비 원가부담과 전력구입비가 늘어나고 실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만큼 정 사장의 근심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자흐스탄(유가), 우크라이나(LNG)에 더해 이번에는 인도네시아로 인해 석탄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석탄발전은 국내 전체 발전량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석탄 가격까지 오른다면 한국전력으로서는 삼중고를 만나는 셈이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지난 1일 자국 내 전력공급 안정화를 위해 1월 한 달간 발전용 석탄의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기습 발표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발전용 석탄 수출국이다.

인도네시아는 기업들과 주요 수입국들의 항의로 5일 회의를 열고 수출제한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회의가 기약 없이 연기되면서 수출금지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석탄 가운데 인도네시아 비중은 20% 수준이다. 호주 다음으로 비중이 높았다.

이미 호주의 발전용 석탄가격이 지난해에만 두 배 이상 뛰었는데 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제한 조치가 장기화되면 국제 석탄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이번 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금지가 당장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봤다. 다만 전력수요가 높은 1월에 발생한 만큼 전담 대응반을 운영하고 분석·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정 사장은 단위당 전력공급비용(연료·구입비 제외 비용)을 최소화하고 해외 에너지사업을 확대하는 등 경영효율화 및 신규수익 창출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적자폭을 줄이고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원자재 가격 하락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또 올해 3월 대통령선거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공공요금 인상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만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한국전력은 2021년부터 전기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적용하는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물가상승을 우려한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기조에 막혀 전기요금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전력이 2023년에라도 흑자로 전환하려면 주요 원자재 가격 안정화와 연료비연동제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2022년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인상이 제시된 상황에서 연료비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