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월4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2년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내 사퇴 여론에 직면해 정치적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 지지율 하락에 따른 책임론이 일면서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4일 국민의힘 안팎에 따르면 국민의힘 선대위 쇄신과 맞물려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윤 후보 측 인사들이 이날 일제 포화를 쏟아냈다.
김경진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힘 10명 가운데 8명은 이 대표의 백의종군을 바라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용남 상임공보특보도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선거가 이제 두달밖에 안남아 선대위 개편 결론을 어떻게든 빨리 내야하는데 큰 걸림돌 하나가 계속 걸려있다"며 "걸림돌은 당 대표의 거취 문제"라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전체 의원들의 요구가 과연 어디에 닿아 있는가를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날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를 비롯해 의원들이 선대위직과 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하면서 이 대표가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는 모습이다.
이 대표로서는 선대위 직책을 내려놨지만
윤석열 후보 지지율 하락에 따른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른바 '윤핵관(
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함께 선대위 내홍의 당사자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사퇴할 뜻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는 3일 기자들에게 "손학규한테 단련된
이준석을 모른다"고 말하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시절이던 2019년 보궐선거 직후 지도부에게 책임을 물으며 총사퇴를 요구했다. 당시 이 대표는 최고위를 보이콧하는 등 손학규 전 대표와 갈등을 빚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합류했다.
당 일각에서 이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지도부 무력화 시나리오까지 흘러나온다.
이준석 체제를 구성하는 지도부 9명가운데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 2명이 사퇴하면서 당헌당규에 따라 선출직 최고위원 3명이 더 사퇴하면 의결정족수(5명) 미달로 지도부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윤 후보 측 인사로 분류되는 조수진 김재원 최고위원의 사퇴 가능성이 제기되자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만약 두 최고위원이 대의를 위해 희생을 선택하시면 즉각적으로 대체 멤버를 준비하겠다"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최고위원에 임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버티기 모드에 돌입하면 선대위 내홍에서 비롯된
윤석열 후보의 불안요소는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개편을 통해 조직을 간소화하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주도권을 쥘 수는 있겠지만 국민의힘 내홍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당내 역학구도는 전혀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직 사퇴를 결의한 것과 관련해 이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사무총장은 사퇴했나"라고 되물은 데서 잘 드러난다.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윤 후보의 핵심측근으로 꼽힌다.
이 대표가 그동안 줄곧 윤핵관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윤 후보에게 측근들을 선거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해왔다.
윤 후보 '친위그룹'의 좌장이라 할 수 있는 권 의원이 당 사무 전반을 관리하는 사무총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이 대표에게는 윤핵관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과 다름 없다고 볼 수 있다.
권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가 없더라도 당의 통상업무는 있으니까 사무총장으로서 당의 통상업무를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사무총장직 사퇴와 관련해선 "그건 다 후보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의 표명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윤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당권을 가지고 있다면 이 대표가 정치적 기반을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한다면 선거 패배 후 재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