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내년 1분기에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있을까?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실적 개선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대통령선거 등 외부변수가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15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 등 원료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원가 부담이 확대되고 있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전력이 올해 4분기에 3조 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적자로 돌아서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3분기에 매출액이 시장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 9366억 원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전력과 관련해 10월 말 재무지표 악화를 이유로 신용도를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연료비 부담이 늘면서 실적 개선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했다.
정 사장은 연료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단위당 전력공급비용(연료·구입비를 제외한 비용)을 3% 이내로 억제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힘쓰고 있다.
정 사장은 이와함께 해외 신재생에너지사업 확대, 에너지신사업 모델 개발 등 신규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한국전력이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전기요금을 적정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문경원 연구원은 “한국전력은 2022년에 연간기준으로 적자 6조 원가량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역대 최악의 적자가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요금인상은 필수적이라고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기후환경비용 인상과 지속적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정 사장도 10일 광주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료비 조정요인이 있다면 당연히 조정 관련 협의를 해야 할 것이다”며 “기준연료비 조정시기와 방법은 정부와 협의해야 하며 긴축경영 등 자구노력도 최대한 강구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은 정부의 결심에 따른 것으로 정 사장이 원하는 수준의 인상을 받아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물가 상승과 관련한 국민여론 등을 의식해 전기요금 인상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2022년 3월에는 대통령선거가 있어 정부가 이러한 시기에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하는 것에 주저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장기화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어려운 살림살이를 겪고 있는데 전기요금이 오르면 다른 공공요금 인상압력도 커져 국민생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이에 앞서 9월에는 한국가스공사의 가스요금 인상을 놓고 물가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에너지산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엇갈린 의견을 내며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산업부가 가스요금 인상 여부를 추후 검토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면서 가스요금이 동결됐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와 높아진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을 올리기 힘든 국면이다”며 “최소한의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전력은 2022년 큰 폭의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내다봤다.
한국전력은 올해부터 전기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적용하는 연료비연동제를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며 어렵사리 도입했다.
다만 급격한 전기요금 변동을 막기 위해 분기당 인상한도는 kWh당 3원, 연간 인상한도는 5원으로 제한했다.
전기요금은 올해 1분기에 1kWh당 -3원으로 내렸다. 2분기와 3분기에는 LNG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상요인이 발생했지만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기조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이 유보됐다.
결국 4분기에 전기요금을 1kWh당 3원 인상하는 것으로 정부의 결심을 얻어냈지만 한국전력의 실적을 정상화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