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이미지센서사업에서 힘을 받게 됐다. SK실트론이 비메모리반도체용 웨이퍼의 생산량 확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반도체분야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과 함께 이미지센서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준비해왔다.
 
SK하이닉스 이미지센서 키울 기반 다져, SK실트론 웨이퍼 증설 본격화

▲ 이석희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 사장.


3일 SK실트론에 따르면 웨이퍼 생산능력을 월 2만~3만 장 늘리기 위한 투자를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청주공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최근 확정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회사) 고객사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상반기까지 공장을 중국 우시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작업과 맞물려 SK실트론이 웨이퍼 생산설비를 SK하이닉스시스템IC 청주 공장에 들여놓고 있다.

SK실트론이 생산량을 늘리는 웨이퍼는 12인치 크기의 에피텍셜 웨이퍼다. 에피텍셜 웨이퍼는 다결정 실리콘으로 만든 메모리반도체용 웨이퍼(폴리시드 웨이퍼) 위에 단결정 실리콘층을 씌운 웨이퍼로 비메모리반도체 생산에 쓰인다.

반도체업계에서는 SK실트론의 투자로 SK하이닉스가 장기적으로 이미지센서사업의 안정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앞으로 SK하이닉스의 12인치 에피텍셜 웨이퍼 수요가 늘어날 공산이 큰 데 SK실트론을 통해 이를 적기에 확보하는 것이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파운드리사업과 이미지센서사업 등 비메모리반도체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사업과 관련해 미세공정을 활용해 로직(논리) 반도체를 소품종 대량생산하는 데 적합한 12인치 웨이퍼가 아니라 성숙(레거시)공정을 활용해 아날로그반도체를 다품종 소량생산하는 데 적합한 8인치 웨이퍼를 활용하는 방식만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미지센서사업도 아날로그반도체인 만큼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를 통해 진행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12인치 웨이퍼 기반 공정을 통해서도 이미지센서를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경기도 이천의 D램 생산라인 일부를 전환해 12인치 웨이퍼로 이미지센서 수요에 일정 부분 대응하고 있다”며 “12인치 웨이퍼를 활용하는 공정을 통해 이미지센서를 생산하면 8인치 웨이퍼를 활용하는 공정보다 더욱 화소가 높은 이미지센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12인치 웨이퍼를 활용한 반도체 생산은 단일 제품의 대량생산이 전제조건이다. SK하이닉스 이미지센서사업이 성장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시장 조사기관 TSR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글로벌 이미지센서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3.2%에 불과했다. 시장 점유율 1위는 45%의 일본 소니, 2위는 19.3%의 삼성전자로 SK하이닉스는 선두권과 격차가 크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장기적으로 고화소 제품을 중심으로 이미지센서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체 브랜드 ‘블랙펄’을 내세운 마케팅에도 힘쓰고 있다.

샘모바일 등 해외 IT매체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이미지센서는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Z폴드3에 채택되는 등 기술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송창록 SK하이닉스 CIS비즈니스(이미지센서사업)담당 부사장이 앞서 10월 SK하이닉스 뉴스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미지센서는 앞으로 D램, 낸드플래시와 함께 SK하이닉스 성장의 한 축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미지센서시장의 선두권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이미지센서시장에서 선두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생산능력이 요구된다. 이는 12인치 에피텍셜 웨이퍼가 앞으로 더 많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12인치 에피텍셜 웨이퍼는 갈수록 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이미지센서 키울 기반 다져, SK실트론 웨이퍼 증설 본격화

▲ 장용호 SK실트론 대표이사 사장.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전력 및 화합물 반도체 보고서(Power & Compound Fab Report)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이 웨이퍼 면적 기준으로 지난해 122억9천만 제곱인치에서 2024년 160억3700만 인치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생산량 증가분이 대부분 12인치 에피텍셜 웨이퍼 기반의 비메모리반도체에 집중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디지타임스 등 해외 반도체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글로벌 1위와 2위 웨이퍼 제조사인 일본 신에츠케미칼과 섬코, 3위 생산회사인 대만 글로벌웨이퍼스는 모두 웨이퍼 생산설비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섬코는 앞서 10월 2287억 엔(2조4천억 원가량)을 투자해 12인치 웨이퍼 생산공장 증설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그러나 이 상위권 회사들이 웨이퍼 생산설비를 증설하더라도 실제 양산 가동까지는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이를 고려해 웨이퍼 품귀 현상이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시선이 많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의 웨이퍼 생산회사다. SK하이닉스로서는 SK실트론의 생산량 확대 움직임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물론 SK실트론에게 SK하이닉스는 여러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일 뿐이다.

SK실트론은 세계 5위 웨이퍼 생산회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SK실트론의 매출 가운데 SK하이닉스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은 3861억 원으로 전체의 23%만을 차지했다.

SK실트론은 SK하이닉스와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세계적 웨이퍼 부족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에 투자를 결정한 월 2만~3만 장의 증설투자는 글로벌 업황을 고려하면 큰 규모라고 볼 수는 없다”며 “시장 현황을 주시하면서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공장을 활용하는 투자와 별개로 대규모의 공장 신설투자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