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이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ETF(상장지수펀드)를 편입해 고객들의 증권사 이탈을 막는 방어벽을 치고 있다.

진 행장은 퇴직연금시장의 강자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을 다각도로 찾고 있다.
 
신한은행 퇴직연금에 ETF 도입, 진옥동 증권사로 이탈 막아 강자 지키기

진옥동 신한은행장.


2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올해 말 개인형퇴직연금 계좌부터 ETF를 편입하기 위해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TF는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판매수수료도 거의 없기 때문에 퇴직연금과 같은 장기투자상품에 적합한 펀드로 부각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퇴직연금 상품에도 ETF를 도입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며 “법적 테두리 안에서 ETF 매매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퇴직연금으로 안정성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얻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많은 고객들이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자 신한은행이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은행과 보험회사에서 증권사로 옮겨간 개인형퇴직연금(IRP) 규모는 7987억 원에 이른다. 

2020년 기준 증권사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3.78%였지만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2.26%에 그쳤다. 공격적 투자를 진행하는 증권사와 달리 은행은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 적금을 위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있어 수익률 격차가 난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퇴직연금시장의 강자다.

올해 9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48조3962억 원으로 4대 은행 적립금 전체의 30.80%를 차지하고 있다. 또 최근 6분기 연속으로 은행권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 합산수익률 1위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의 공격적 퇴직운용 상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신한은행의 퇴직연금상품도 다양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진 행장은 ETF 도입으로 성장세가 가파른 개인형퇴직연금(IRP)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형퇴직연금(IRP)은 본인 부담으로 퇴직금을 추가로 납입할 수 상품으로 연 최대 18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시장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개인형퇴직연금시장 규모는 2020년 말 기준 34조4천억 원으로 2019년보다 3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DB형과 DC형이 각각 11.5%, 16.3%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신탁방식으로 ETF를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은 올해 금융당국에 개인형퇴직연금에 ETF를 실시간 거래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ETF 매매 중개는 은행이 할 수 있는 업무범위를 벗어난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퇴직연금 가입자가 매매주문을 하면 은행이 ETF 매매를 대행하는 신탁방식은 은행의 업무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실제 매매는 2시간가량 소요돼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ETF의 최대 장점은 약화된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시간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수수료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증권사로 이탈하는 고객을 붙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10월1일부터 비대면 개인형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신한은행도 공짜수수료 경쟁에 뛰어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를 인하할 여건도 충분하다. 신한은행은 올해 2분기 기준 개인형퇴직연금 수익률이 5.1%로 지난해 2분기 1.33%보다 3.77%포인트 상승한 만큼 수수료를 어느정도 포기하더라도 이를 운영 수익률로 상쇄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개인형퇴직연금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손실을 본 고객에 한해 수수료를 면제해 주거나 장기고객의 수수료를 할인하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왔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올해 들어 퇴직연금제도의 이전이 간소화되면서 DC형이나 개인형퇴직연금의 적립금 증가폭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이라며 “소비자들의 편의성과 수익률 등을 고려한 금융사로의 이전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