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미 커리어케어 글로벌본부장 부사장.
이런 기업의 변신 노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인재시장이다.
올해 헤드헌팅회사들은 대체로 호황이다.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도 올해 창립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헤드헌팅회사의 호황은 기업들의 핵심인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원급 인재 수요는 다른 어떤 해보다 많다. 제조, 헬스케어, 금융, 소비재, 서비스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기업들이 인재 확보에 나서면서 헤드헌터들도 인재발굴에 여념이 없다.
한국경제에서도 시대에 따라 기업이 원하는 리더의 모습은 계속 달랐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곤 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은 일제히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에 따라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실적 개선을 도모한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각광을 받았다. 이들은 부실을 도려내고 군살을 빼서 조직을 작고 강하게 만들었다.
금융위기 때 한국기업들은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도 수출 덕분이었다.
반도체와 전기전자 비중이 큰 산업구조 덕분에 가장 먼저 세계경기회복의 수혜를 받았던 것이다. 당시 기업들은 세계시장 진출에 조직역량을 집중하면서 경쟁적으로 글로벌 인재 확보에 나섰다. 자연스럽게 세계시장을 잘 알고 해외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전문가들이 새롭게 리더로 부상했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와 전혀 다른 경영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비대면, 물류, 디지털이 경제와 산업의 핵심 키워드가 됐고 경영자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 기업들은 앞다투어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직접 얼굴을 맞대거나 매장을 방문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휴대폰이나 컴퓨터 모니터로 소통하고 집에서 주문해 물건을 배달 받고 있다.
이런 소비자들의 행동변화는 코로나19 이전에 잘 나가던 기업을 순식간에 위기로 내몰고 있고 전망이 불투명하던 기업들을 돈방석에 올려 놓기도 했다. 순식간에 데이터가 거의 모든 사업의 핵심기반으로 자리잡았고 인공지능(AI) 관련 연구에 속도가 붙었다.
이렇게 코로나19는 기업들에게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DNA를 지닌 리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헤드헌팅회사에 추천을 요청하고 있는 임원급 핵심인재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젊다. 최근 경제뉴스에서는 최근 40대 대표이사 선임 관련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90년대 출생 임원 발탁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동안 임원은 풍부한 현업경험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50대 이상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이 이끄는 조직에서 본인보다 나이 많은 직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업이 선호하는 임원은 40대 중후반으로 바뀌었다. 50대 초반만 돼도 선호도는 급격하게 떨어진다. 기업들은 헤드헌팅회사에 인재추천을 요청할 때 '역량과 성과가 아주 뛰어나다면 고려는 해보겠다'는 정도로 50대 후보자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예전 같으면 차부장급 정도 나이의 젊은 임원을 원하는 것이다.
임원이 젊어지다 보니 본인보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을 데리고 일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젊은 임원들은 나이 많은 직원들을 어색해 하지 않는다. 이들은 직원의 나이와 경력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로지 성과를 얼마나 낼 수 있느냐만 따진다. 말 그대로 역량과 성과에만 관심을 둔다.
업무에 필요한 IT지식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는 점도 요즈음 기업이 선호하는 임원들의 공통점이다.
모든 분야가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의 책임자가 IT기술을 이해하고 업무에서 활용할 수 있느냐는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은 임원들에게 업무의 디지털화 능력을 요구한다.
기업이 찾고 있는 임원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소통능력이다.
비대면이 일상화하면서 직장에서는 전보다 자율성이 훨씬 중요해졌다. 코로나19로 이제 임원들이 직원들에게 대면해서 업무를 지시하고 피드백을 주기가 어렵게 됐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맡은 업무를 완성하는 게 중요해졌다. 따라서 직원들을 자발적으로 주체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것이 임원들의 핵심역량이 됐다. 리더들의 소통능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 밖에도 기업에서 호평을 받는 임원들은 인재를 확보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과거에는 좋은 리더라고 하면 모르는 것을 잘 가르쳐 주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면서 성과를 기다려 주는 육성형 리더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얼마나 빨리 적합한 인재를 찾느냐가 임원 업무역량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필요하다면 경쟁사의 인력이라도 데려다 놓을 수 있는 발굴형 리더가 각광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시장은 한층 더 불안정해졌다. 기업들은 기존의 사업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부분적 개선이 아니라 아예 판을 바꾸어야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은 임원들이 어떻게 할 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할 지 제시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앞날을 예측하고 미리 준비하는 리더의 선견지명이 중요해진 것이다.
선발기업들은 이미 리더십 교체를 시작했다.
헤드헌팅회사에는 판을 바꿀 임원들을 추천해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올 연말연시 기업들의 임원인사에는 코로나19 이후를 이끌 리더가 새롭게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커리어케어 이영미 글로벌본부장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