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1-11-02 12: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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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장티푸스 백신을 들고 글로벌시장을 두드린다.
현재는 유바이오로직스 매출 대부분을 콜레라 백신 유비콜이 차지하고 있는데 백 대표는 장티푸스 백신이 새 현금 창출원으로 자리잡기를 바라고 있다.
▲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2일 유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최근 완료된 장티푸스 접합백신 EuTCV의 임상2/3상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빠르면 내년부터 EuTCV의 상업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백 대표는 앞서 10월 열린 제약산업전시회 CPhl코리아에 참석해 유바이오로직스 신약 개발 로드맵을 소개하면서 EuTCV를 2022년 유니세프(UNICEF) 등 공공시장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제연합(UN) 산하 아동구호기관인 유니세프는 세계 어린이들의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매해 백신을 대량으로 구매해 저개발국가에 공급하고 있다.
장티푸스 백신과 관련해서는 해마다 1천억 원가량을 구매예산으로 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세프의 장티푸스 백신은 2018년부터 인도 바이오기업 바라트바이오테크가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유니세프의 장티푸스 백신 공급가격 데이터를 보면 바라트바이오테크만이 공급업체 목록에 올라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임상을 통해 EuTCV가 바라트바이오테크의 백신 Typbar-TCV와 비슷한 효능을 지닌 것으로 확인된 만큼 향후 유니세프 장티푸스 백신 공급망 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EuTCV는 필리핀에서 진행한 임상2/3상에서 접종 4주 후 항체양전율(항체가 형성되는 비율) 99.4%를 나타냈다. Typbar-TCV 접종군은 항체양전율 99.1%를 보였다.
유바이오로직스가 콜레라 백신에 이어 장티푸스 백신까지 유니세프에 공급하는 데 성공하면 상당한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바이오로직스는 먹는 콜레라 백신 유비콜플러스를 유니세프에 납품해 전체 물량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유바이오로직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요 사업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161억 원의 90%가량을 콜레라 백신에서 거뒀다.
백 대표가 곧 상용화가 예상되는 장티푸스 백신에 관해 기대감을 내보이는 까닭이다.
백 대표는 10월 행사에서 “장티푸스 백신은 ‘제2의 유비콜’로서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제품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0월 제약산업전시회 CPhl코리아에서 장티푸스 백신 등 세균백신 개발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 CPhl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
물론 저개발 국가를 위한 장티푸스 접합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은 유바이오로직스 이외에도 많다.
앞서 인도 바이오기업 바이오로지컬E와 바이오메드가 현지에서 장티푸스 접합백신을 출시했다. 특히 바이오로지컬E 제품은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전적격심사(Prequalification)를 받아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의 백신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제백신연구소(IVI)와 협업해 장티푸스 접합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임상3상을 마친 뒤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백 대표는 유바이오로직스의 EuTCV가 다른 기업들의 제품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 백신으로 적합한 효능을 갖췄을뿐 아니라 생산성 역시 우수하다는 것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세균백신 플랫폼기술 유빅트(EuVCT)를 기반으로 장티푸스 백신 등 접합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접합백신은 세균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다당류를 항원으로 사용하는 기존 다당류 백신의 면역 유도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다당항원에 전달단백질을 결합시켜 만드는 백신을 말한다.
유바이오로직스는 2019년 국내 바이오기업 제노포커스와 협업해 접합백신 생산에 필요한 전달단백질 CRM197을 기존보다 10배 이상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로 제조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백신 제조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게 됐다.
유바이오로직스는 백신 생산시설도 대폭 확장하고 있다. 기존 공장이 위치한 강원도 춘천시에 장티푸스 접합백신 등 세균백신을 생산하기 위한 제2공장을 마련해 지난해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또 앞으로 공장을 증설해 향후 연간 2억 도즈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완제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균백신 원액 생산과 제품화까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이런 생산시설 확대를 추진하기 위해 2020년 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400억 원을 확보했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EuTCV는 자체 단백질 접합기술 플랫폼 유빅트로 개발된 첫 백신이다”며 “자체 생산시설에서 자체 플랫폼기술을 사용하는 만큼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백신 유코백19 개발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10월 유코백19의 임상3상을 식품의약처안전처에 신청했다. 내년 3월까지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아 임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