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접거나 휠 수 있는 플렉서블(Flexible) 올레드패널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이 향후 미래 IT기기를 중심으로 사용처가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보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 플렉서블 올레드패널 기술력 경쟁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내놓은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의 기술력이 세계 IT업계를 중심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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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왼쪽)과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
플렉서블 패널은 평면(Rigid) 형태를 벗어난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IT업계의 최신 기술 트랜드를 엿볼 수 있었던 최근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6)와 세계가전전시회(CES2016)에서 IT기기 못지 않게 주목받은 것은 혁신적인 디스플레이의 형태들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새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7엣지'와 스마트워치인 '기어S2', 가상현실기기 '기어VR'과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을 통해 다양한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의 형태를 제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디스플레이를 완전히 접을 수 있는 기술은 이미 개발됐다"며 "차별화된 올레드 기술로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종이처럼 말 수 있는 형태의 '롤러블TV'를 비롯해 대형 광고판 '사이니지'의 곡률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주목받았고 'LG360VR' '애플워치' 등 소형 기기에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을 탑재해 기술력을 뽐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단순 평면 올레드패널보다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에 주목하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가 이 분야에서 경쟁사보다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 미래 IT기기, 왜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인가
두 회사가 플렉서블 올레드패널 분야를 개척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 새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VR), 스마트카, 웨어러블 등 미래 IT기기는 크기나 모양이 사용자의 편의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제작돼야 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의 형태도 평면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주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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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디스플레이가 1월 세계가전전시회에서 공개한 '18인치 롤러블TV'. |
이 때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이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올레드패널은 소재 특성으로 플렉서블 기술을 구현하는 데 유리하다. 올레드패널은 올레드 소자 자체가 발광하는 성질로 인해 LCD패널처럼 빛을 쏘는 백라이트(BLU)가 필요없다. 구조가 단순한 만큼 얇게 만들 수 있고 휘거나 구부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은 시각정보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미래 IT기기들의 고민을 상당부분 해결해줄 수도 있다.
특히 가상현실기기의 경우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즉각적으로 화면이 출력돼야 하는데 LCD패널은 응답속도가 빠르지 않아 사용자들이 멀미를 일으키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TV나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눈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면 가상현실 기기는 눈 앞에 바로 화면이 출력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의 응답속도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은 기존의 LCD패널보다 응답속도가 수백 배 빨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전 세계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의 매출규모가 지난해부터 연평균 67.2%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0년이면 150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IHS는 "올레드패널은 플렉서블 기술 뿐만 아니라 기기를 완전히 접을 수 있는 '폴더블'과 늘릴 수 있는 '스트레처블'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플렉서블 올레드패널 기술 보완해야 할 점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의 수요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들도 아직 남았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엣지 시리즈'에,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의 'G플렉스'등 스마트폰에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을 각각 공급하고 있지만 기기 일부만 휘는 데 그쳐 진정한 플렉서블 기술을 구현하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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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C랩 과제로 선보인 가상현실기기 '엔트림4D'. |
시장조사기관 IRS는 "진정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소재와 부품, 배터리 등 분야에서의 혁신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곧 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다른 부품들도 안정적으로 접거나 휠 수 있는 상태가 돼야 IT기기의 혁신이 일어나고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의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올레드패널의 열화현상도 해결해야 한다.
올레드패널은 소자 하나하나에 전원이 공급돼 빛을 내는 것이 전력효율화 측면에서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동시에 일부 화면만 지속적으로 전원을 공급받아 해당 소자가 손상을 입어 잔상이 발생하는 화질 열화현상이 빠르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카의 계기판이나 가상현실 헤드셋 등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이 적용될 부분이 모두 사용자의 안전과 직결된 부분들인 만큼 화면에 작은 잔상이 남아도 사용자가 크게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은 각종 기기와 산업분야가 요구하는 안전성 기준을 얼마나 맞춰내는가 하는 점이 시장확대에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레드패널은 결국 플렉서블 형태로 발전하게 될 때 올레드 소재의 장점을 제대로 살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차세대 IT기기의 발전에 플렉서블 올레드패널 기술의 중요성은 점점 더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