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빗장 풀려, 국내 금융사 아시아 금융허브 진출 다시 속도내나

▲ 20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으로 외국 여행객이 입국하고 있다. <로이터>

아시아 금융중심지(허브)로 주목받는 싱가포르가 코로나19로 빗장을 걸었던 문을 열고 있다. 

금융권은 싱가포르를 글로벌사업 핵심거점으로 점찍고 신규사업을 추진해왔는데 현지진출에 다시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21일 싱가포르 보건부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19일부터 미국, 영국 등 10개국 여행객을 대상으로 국경을 개방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실상 국경을 폐쇄한 지 21개월 만이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여행객은 별도의 검사나 격리를 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입출국이 가능해졌다. 한국도 11월에는 격리면제 대상국가에 포함된다.

싱가포르는 8월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정책을 펴기로 하고 차츰 방역규제를 완화해 왔다. 영국과 함께 지구촌에서 일상회복 태세로 전환한 대표적 나라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위드 코로나 전환을 앞두면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글로벌 행보가 재개될 조짐을 보인다. 비교적 먼저 빗장을 푼 싱가포르가 그 무대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국제연합(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참석을 계기로 2년 만의 해외출장에 나선다. 다른 금융지주들 역시 해외 투자자활동(IR) 재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금융권은 최근 아시아 금융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싱가포르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의 코로나19 방역상황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 싱가포르에서 ‘홀세일 뱅크 라이센스’ 예비인가를 획득하고 지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금융, 투자금융, 자본시장업무를 할 수 있도록 IB데스크를 설치해 아시아 투자와 자금조달 거점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7월 싱가포르통화청의 인허가를 받고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84억 원으로 아직 미미하지만 손원준 전 브레인자산운용 본부장을 CEO로 선임하고 현지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글로벌사업본부를 싱가포르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 본사에서 글로벌사업부를 떼내 싱가포르에 제2본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융공기업들도 싱가포르 진출을 타진한다.

수출입은행은 싱가포르 법인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싱가포르 진출 기업에 금융지원을 하고 신남방 정책금융 거점을 넓힌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도 첫 해외거점으로 싱가포르사무소를 출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연말 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과 싱가포르 사이 비즈니스 교류가 재개되면 금융권의 싱가포르 진출 움직임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랫동안 아시아 금융중심지 자리는 홍콩의 차지였다. 그러나 2020년 중국이 홍콩을 향한 통제를 강화하고 미국이 홍콩의 특별대우를 박탈하면서 아시아 금융중심지로서 싱가포르의 위상이 확대됐다.

코로나19 출구전략에서도 두 도시는 차이를 보인다. 싱가포르는 선제적으로 여행객의 자유로운 입출입을 허용하기 시작했으나 홍콩은 여전히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도 입국 후 21일간 격리하도록 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싱가포르의 코로나19 상황은 변수로 남아있다. 자칫 국가간 왕래는 물론 싱가포르의 경제회복과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싱가포르 보건부에 따르면 20일 싱가포르에서 코로나19로 18명이 사망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다를 보였다. 신규 확진자는 3862명으로 19일 3994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싱가포르 백신 접종률은 완료 기준으로 84%에 이른다. 하지만 8월 이후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10월 말까지 재택근무 의무화, 원격수업 재개, 사적모임 제한 등 방역조치를 다시 강화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9일 싱가포르의 코로나19 위험단계를 가장 높은 4단계(매우 높음)으로 격상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