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이 주주친화정책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배 사장이 주주 배당과 해양진흥공사가 들고 있는 영구전환사채 조기상환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Who] HMM 주주 불만 여전, 배재훈 주주친화 실효적 카드 없어

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


14일 해양진흥공사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는 HMM 주주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항의성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13일부터 이틀 동안 올라온 글만 해도 약 200건에 이른다. 게시판이 열린 2018년 8월 이후 남겨진 750여 건의 게시글 가운데 올해 8월 이후 HMM과 관련해 올라온 글이 600여 건을 차지한다. 

HMM 주주들이 해양진흥공사에 항의성 글을 남기고 있는 이유는 해양진흥공사가 들고 있는 HMM의 영구전환사채(CB) 때문이다. 

해양진흥공사가 들고 있는 HMM의 영구전환사채 가운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건 2022년 3월 이율이 높아지는 시점(스텝업)이 오는 영구전환사채 191회다.

이 채권은 2017년 3월9일 발행됐는데 5년 이후인 2022년 3월부터는 이자율이 현행 연 3%에서 연 6%로 상향된다.

HMM이 이자비용을 늘리지 않기 위해서는 해당 영구전환사채를 상환할 수 있다. 

HMM의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해운운임 상승으로 올해 HMM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내년까지 컨테이너업황이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에 이 채권을 조기상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자본으로 반영된 영구전환사채를 상환하면 HMM의 자본총액은 감소하게 돼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등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 때문에 해양진흥공사가 주식전환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해양진흥공사가 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HMM은 채권을 상환하지 않아도 되고 이자비용도 늘지 않기 때문이다.

해양진흥공사로서도 주식전환권을 행사하게 되면 큰 평가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 채권의 주식 전환가액은 7173원이다. 최근 HMM의 주가가 3만 원 안팎을 오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해양진흥공사는 약 2조 원에 이르는 평가차익을 얻을 수 있다. 

앞서 산업은행도 6월 3천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며 HMM의 지분을 24.96%까지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HMM의 주주들은 해양진흥공사가 들고 있는 영구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주식물량이 크게 늘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배 사장은 조기상환 청구권 행사를 검토하겠다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배 사장은 13일 HMM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조기상환 청구권 행사를 검토 중이다"며 "다만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고 상환되면 부채가 아닌 자본이 감소해 부채 비율이 상승하는 등 재무비율 악화가 예상돼 중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의 자금소요 계획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HMM이 조기상환하려 해도 해양진흥공사가 주식전환권 행사를 요구한다면 HMM은 이에 응할 수밖에 없다.

배 사장은 또 주주친화정책을 위해 배당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는 실제 배당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HMM은 올해 상반기 컨테이너업황 호조에 역대급 실적을 냈다. 

HMM은 올해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5조3347억 원, 영업이익 2조4082억 원을 거뒀다. 2020년 한 해 동안 매출 6조4132억 원, 영업이익 9807억 원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배당에 영향을 미치는 순이익은 3645억 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2020년 한 해 동안 순이익 1238억 원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지난해의 3배 이상을 거둔 것이지만 배당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시선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HMM의 결손금이 4조1390억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상반기에 파생상품 손실로 영업이익에 비해 순이익이 많지 않다”며 “2010년에 흑자를 낸 이후 거의 10년 동안 적자를 이어오면서 결손금도 많이 누적됐다”고 말했다. 

배 사장은 전날 주주들에게 남긴 글에서 "회사는 배당을 포함한 주주친화적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는 상법상 배당 가능이익이 없어 배당이 불가능하지만 결손금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어 이익이 발생하는 시점에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주식전환권 행사와 관련해 "아직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해양진흥공사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남은 6개월 동안 주무부처와 산업은행 등과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