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회사채 만기일이 다가오고 있는데 만기연장 등 채무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채무조정 불투명, 법정관리 가능성 제기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회사채 1200억 원의 만기가 4월7일 돌아온다. 그 뒤 7월에도 회사채 2400억 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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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현대상선 회사채의 만기일은 다가오는데 사채권자들이 만기일 연장 등의 조치에 반대하고 있어 현대상선과 채권단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대상선은 지난 17일 회사채와 관련해 사채권자집회를 열고 만기연장을 논의했지만 지역단위 농협과 신협 등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신협은 23일 현대상선 회사채에 대해 만기연장이나 출자전환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신협은 중앙회 산하 40개 단위조합이 4월 만기가 돌아오는 현대상선 채권 290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채무는 모두 4조8천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채무가 약 1조8천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채무 가운데 채권단 외 채권자들이 보유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
사채권자들이 채무조정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상선이 만기일까지 빚을 갚지 못하면 채권자는 법원에 채무 가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에서 결정하는 가집행 규모에 따라 현대상선의 회사운영 자체가 어려워져 법정관리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상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업계 특성상 회생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해운회사들은 동맹을 맺고 노선과 선박을 공유해 운용선박과 운용노선의 효율성을 높인다. 현대상선은 독일, 일본, 싱가포르 등의 해운사와 손을 잡고 세계 4대 동맹 가운데 하나를 구성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돌입해 업계의 신뢰를 잃게 되면 가입한 동맹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동맹에서 퇴출되면 선박과 노선을 공유하는 효과가 사라질 뿐 아니라 화주와 새 계약을 맺기도 어려워져 해운사의 경쟁력이 크게 낮아지게 된다.
현대상선의 자구안이 너무 때늦게 나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상선은 2011년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전환한 뒤 5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해운업황이 장기적 침체국면을 보이는 동안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채권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 채권단 자율협약 추진, 다른 채권자 동의 이끌어 낼까
현대상선이 당장 눈앞의 위기는 넘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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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훈 현대상선 사장. |
산업은행을 비롯한 현대상선 채권단은 22일 실무회의를 열고 본격적으로 자율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채권단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채무조정에 대해 다른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다른 채권자들에게 법원에 가집행을 신청해 액면가보다 낮은 수준의 청산가치를 받는 것보다 현대상선을 살리는 게 이득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현대상선 회사채의 청산가치는 액면가의 10분의 1 수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먼저 채무조정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다른 채권자들도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채권자들에게 채무조정에 협조하는 것이 손해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안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자율협약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모든 채권자들의 공평한 채무조정과 함께 협상을 통한 용선료 인하를 내걸었다.
현대상선이 용선료협상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둬야 채권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앞으로 채무조정과 자산매각 등 다른 자구방안을 추진하는 데 탄력이 붙을 수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부터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를 낮추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3월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협상에 다소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용선료 인하에 동의하는 화주도 있지만 거부하는 화주도 있어 협상을 통해 설득하고 있다”며 “4월 중순이 돼야 최종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