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노사가 2일 올해 임단협을 극적으로 타결하면서 배 사장을 향한 채권단의 평가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노사는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1일 오후 2시부터 2일 오전 8시까지 무려 18시간 넘게 대화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배 사장은 교섭 중간 노조의 결렬 선언에도 기존 제시안에서 크게 물러서지 않으며 노조를 설득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칫 파업으로 상황이 악화할 수 있는 가운데서도 채권단의 의견을 노조에 설득하기 위해 압박감을 버텨낸 것이다.
HMM은 교섭 초기에는 임금 5.5% 인상, 성과급 100% 지급 등을 제안하다가 산업은행을 설득해 임금 8% 인상, 격려금 500% 등으로 방안을 수정했는데 배 사장은 이를 마지노선이라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배 사장으로서는 산업은행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산업은행은 HMM의 주채권자이자 최대주주일 뿐 아니라 경영진 교체와 경영진 추천 등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경영 정상화를 이룰 때까지 임금인상은 자제해야 한다고 바라본다.
HMM 노사는 2일 최종적으로 임금인상 7.9%, 장려금 650% 지급 등에 합의하고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임금 경쟁력 회복과 성과급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배 사장이 이번 임단협 타결로 채권단의 경영능력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말도 해운업계에서 나온다.
배 사장은 2022년 3월26일 임기가 끝난다.
배 사장은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으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추가 임기를 1년만 부여했다. 배 사장 이전에 유창근 전 대표이사도 연임에 성공했는데 이때 추가 임기는 3년이었다.
이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왔는데 산업은행이 배 사장의 경영능력을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었다.
배 사장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하고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하며 HMM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사실상 이는 배 사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추진되던 것이고 실적 개선도 컨테이너선 운임료 상승 등 해운업 업황이 좋아진 덕분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2022년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끝나는 점은 산업은행이 배 사장을 한 번 더 신임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여기다 산업은행은 관리대상 회사가 자립할 능력을 갖추게 되면 매각을 추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데 HMM은 올해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가 매각되기 전까지 안정적 경영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수장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