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가 있지만 리니지밖에 없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이 짊어지고 있는 오래된 부담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라는 막강한 지식재산(IP)을 갖췄지만 다른 지식재산 게임으로는 리니지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오늘Who] 엔씨소프트 새 게임 초기 불안, 김택진 리니지에 또 갇히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


김 사장은 새 게임 블레이드앤소울2에 기대를 걸었지만 초기 평가가 좋지 않다.

갈수록 높아지는 리니지 의존도를 둘러싼 김 사장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엔씨소프트가 이날 출시한 블레이드앤소울2를 놓고 게임 이용자들이 시장의 예상보다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2 서버를 전체 72개 뒀는데 26일 오후 1시30분 기준으로 7개만 ‘혼잡’ 이상이 뜨고 나머지는 접속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출시 첫날인데도 게임 이용자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앞서 엔씨소프트가 2019년 11월 리니지2M을 출시했을 때는 서버 130개 대다수가 그날 내내 ‘혼잡’ 이상의 상태를 유지했다. 경쟁사인 카카오게임즈가 2021년 6월 오딘:발할라 라이징을 내놓았을 때도 이용자가 몰리면서 서버 대부분에 혼잡이 떴다. 

블레이드앤소울2가 리니지 지식재산 기반의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게임 유튜버와 커뮤니티 이용자를 중심으로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전작인 PC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이 출시 초기에 리니지와 달리 소과금구조로 운영됐던 점과 비교된다.

예를 들어 리니지 게임에는 경험치와 아이템 획득 확률을 높여주는 효과(아인하사드의 축복)를 내는 유료상품이 있다. 블레이드앤소울2에도 이름(영기)은 다르지만 효과가 같은 유료상품이 등장했다. 

리니지 게임에는 일정 레벨에 도달한 캐릭터를 다른 캐릭터 모습으로 바꾸면서 추가 능력치를 주는 ‘변신’ 뽑기도 있다. 블레이드앤소울2는 비슷한 효과를 캐릭터 대신 무기에 주는 ‘소울 소환’이 유료상점에 나왔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레이드앤소울2 같은 대작이 출시 첫날부터 서버 상당수의 접속이 원활하다는 것은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며 “게임 이용자환경(UI)은 물론 과금구조 측면에서도 사실상 ‘무협풍 리니지’라는 평가가 나오는 점도 악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엔씨소프트가 5월 모바일게임 트릭스터M을 내놓았을 때도 이번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엔씨소프트는 PC온라인게임 트릭스터의 지식재산을 활용해 기존과는 다른 게임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릭스터M은 리니지 게임들과 비슷해진 시스템과 과금구조 때문에 ‘귀여운 리니지’라는 평가만 받았고 결국 장기 흥행에 실패했다. 

물론 블레이드앤소울2는 이날 막 출시된 만큼 흥행 여부를 당장 판단하기는 힘들다. 엔씨소프트는 연내 출시 예정인 리니지W라는 카드도 쥐고 있다. 

그러나 진짜 큰 문제는 엔씨소프트가 다른 지식재산 게임을 출시할 때마다 ‘리니지 같은 게임만 만든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다. 만약 블레이드앤소울2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리니지W만 성공한다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지식재산 의존도만 더욱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엔씨소프트는 전체 매출의 80% 가량을 리니지 지식재산 게임에 의존하고 있다. 리니지 지식재산의 브랜드 파워가 약해진다면 ,그만큼 엔씨소프트의 실적도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예측은 2021년 들어 현실화됐다. 리니지M 불매운동이라는 악재가 불거진 데 이어 오딘:발할라 라이징이라는 강력한 적수도 등장했다. 결국 리니지M과 리니지2M는 매출순위 선두에서 밀려난 뒤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올해 상반기에 비교적 부진한 실적을 나타낸 데도 현재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510억 원을 거뒀는데 2020년 같은 기간보다 17.2% 줄어들었다.

김 사장은 이런 상황의 돌파구로서 블레이드앤소울2에 높은 기대를 보였다. 전작 블레이드앤소울은 동양풍 세계관과 미려한 캐릭터 등을 앞세워 리니지와 차별화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블레이드앤소울2의 게임개발 총괄로서 게임을 만드는 데 직접 참여했다. 2월 쇼케이스에서 “블레이드앤소울2를 완전히 새로운 지식재산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블레이드앤소울2가 출시 초기부터 리니지와 비슷하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김 사장의 어깨도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아직 확정지을 수는 없지만 블레이드앤소울2 흥행이 시장의 최대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며 “트릭스터M의 사례까지 합치면 엔씨소프트가 한동안 높은 리니지 의존도를 탈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