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통령선거주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가 낮은 지지도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이 지닌 많은 강점에도 불구하고 당내 비슷한 위치의 경쟁자가 입지를 선점한 탓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세균 최재형 지지도 반등 못해, 이낙연 윤석열과 이미지 겹쳐 고전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 최재형 전 감사원장.


22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 전 총리와 최 전 원장은 지지도 정체상태가 이어지며 답답한 상황에 놓여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 조사기관의 8월 3주차 대선후보 적합도 공동 여론조사를 보면 최 전 원장은 3%, 정 전 총리는 1%의 응답을 받는 데 그쳤다.  

이재명 경기도지사(26%), 윤석열 전 검찰총장(19%),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4%),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 유승민 전 의원(2%),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2%),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2%), 심상정 정의당 의원(1%) 등과 비교해도 결코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이번 조사는 16~18일 사흘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1003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조사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정 전 총리는 당초 민주당 ‘빅3’로 평가되며 이재명 지사나 이낙연 전 대표와 여권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어느 정도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빅3는 고사하고 추미애 전 장관이나 박용진 의원과 겨뤄도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 

최 전 원장도 처지가 비슷하다.

최 전 원장은 정치입문과 국민의힘 전격 입당 뒤 지지도가 오름세를 보였다. 윤 전 총장을 대신할 '플랜B'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의외로 지지율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지사 등의 추격도 거세 최종 본경선 무대에 오를 4명에 포함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원 전 지사와 함께 4위 싸움을 한다는 말도 있다. 

정 전 총리와 최 전 원장의 고전을 놓고 다소 뜻밖이란 시선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데도 실제 지지도로 연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다. 

정 전 총리는 6선 국회의원에 출신으로 산업자원부 장관, 국회의장, 국무총리를 지냈다. 입법부와 행정부 요직을 두루 거친 셈이다. 원내대표, 당의장, 당대표 등 중요 당직도 모두 거쳤다. 대통령 빼면 모두 다 해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경력만 보면 여·야 대선주자 누구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최 전 원장은 도덕적 흠결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까면 깔수록 미담만 나온다는 평가가 나왔다. 가장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의 ‘X파일’ 의혹 등이 부각될수록 최 전 원장의 도덕성이 부각된 덕분에 금세 야권의 대안주자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고전을 두고 장점이 경쟁자와 중첩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정 전 총리는 이낙연 전 대표와, 최 전 원장은 윤석열 전 총장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 여기에 이 전 대표와 윤 전 총장이 이미 입지를 선점한 탓에 정 전 총리나 최 전 원장이 그 자리를 빼앗기 쉽지 않다.

이 전 대표 역시 정 전 총리와 마찬기지로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를 지냈다. 다선 국회의원이란 점도 비슷하다. 이 전 대표는 5선 의원이다. 호남 출신이란 점도 정 전 총리와 겹친다. 

여권 안에서 안정감과 정치적 경험을 중시하는 지지층과 호남 출신의 지지도를 놓고 두 사람이 나눠먹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경력만 보면 정 전 총리가 이 전 대표와 비교해서 뒤질 이유는 없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제21대 총선 전후로 한동안 대세론을 유지했던 데다 지금까지도 어느 정도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어 이 전 대표 쪽으로 지지도가 쏠린다는 분석이 많다. 서로 비슷한 후보가 당내에서 겨룰 때 지지층이 전략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최 전 원장은 처음부터 ‘윤석열 플랜B’로 떠오른 만큼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운명과 떼려야 떼기 어렵다. 자체적으로 대선 주자로서 가치를 확고하게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윤 전 총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서기 힘들다.

최 전 원장도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정치신인으로서 입당했다.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이 정치신인에 호감을 품고 있지만 이 역시 대세론 주자에게 쏠릴 가능성이 더 많다. 

이런 현실 탓에 두 후보가 많은 강점에도 불구하고 확장성에 제한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의 대선구도가 유지되는 이상 이들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찾기 쉽지 않다.

두 후보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 대선구도가 흔들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말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대선판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고 있고 아마 이런 과도기 상황이 지나면 최재형정세균 사이 대결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현재 대선구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최 전 원장은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당대표-대선예비후보 연석회의’를 공개 제안하며 당내 분란을 수습할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정권교체의 희망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줘야 할 국민의힘이 볼썽사나운 내부분열에 빠져있다”며 “이준석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들이 모여 당의 단합과 민생대책을 수립하고 정권교체를 다짐하는 연석회의를 열 것을 강력하게 제안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