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성장동력으로 꼽았던 실리콘부문이 정상화 궤도에 오르고 있다.
정몽진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실리콘기업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즈(모멘티브)의 인수 과정에서 늘어난 금융비용을 줄이고 영업이익 증가폭을 확대할 것으로 상된다.
26일 KCC에 따르면 모멘티브가 북미와 유럽 등 주력시장에서 백신 접종이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대응이 본격화되면서 상반기 실적을 크게 좋아진 것으로 추산되는데 하반기에도 실리콘부문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모멘티브 인수 때 무리한 투자로 회사에 지나친 부담을 안긴 것 아니냐는 시선도 받았는데 1분기에 이어 상반기 역시 좋은 실적을 거두면서 이런 우려를 씻어내게 됐다.
모멘티브는 수요 확대에 따라 4월부터 주요 고부가가치 제품의 가격을 10~20% 높이기도 했다.
1분기 KCC 전체의 70%가 넘는 매출과 영업이익을 실리콘부문에서 올렸던 점을 고려하면 2분기에는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1분기보다 실적 개선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KCC 관계자는 "모멘티브로부터 상반기 실적을 아직 받아보지는 못했지만 시장상황이 좋다"며 "주력시장인 북미와 유럽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의 영향으로 살아나고 있는 만큼 계속해서 실적은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상반기에 모멘티브가 호조에 힘입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정도 늘었을 것으로 바라봤다. 이를 통해 지난해 전체 상각전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치를 상반기 이미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각전영업이익은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를 빼기 전 영업이익으로 기업의 실제 현금 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 KCC를 바라보는 시선도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금융부담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KCC는 3월30일 진행했던 1천억 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7400억 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KCC는 당초 연이율 2.17~2.94%의 단기자금을 조달했으나 회사채 금리를 1.65%로 발행하면서 이자부담을 줄였다.
그동안 모멘티브 인수 등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공모채 발행에서 미매각이라는 상황을 겪기도 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로 볼 수 있다.
모멘티브는 2020년 3분기까지만 해도 코로나19에 따른 실리콘 수요 급감으로 실적 악화를 겪었지만 2020년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실적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정몽진 회장은 1월7일 KCC의 실리콘부문 계열사들을 모멘티브 아래로 모아 비용 최적화와 기술교류, 판매망 확대 등에 나섰다.
정 회장은 '2020 KCC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모멘티브 인수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성공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첨단소재기업'이라는 회사의 정체성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하는 등 실리콘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모멘티브의 부진 탈출에 힘써왔다.
실리콘은 의료, 제약, 화장품, 건축, 자동차, 전기전자, 우주, 항공산업 등에 쓰이는 등 응용제품만 5천여 가지 정도로 쓰임새가 많다.
최근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배터리의 소재로도 쓰여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기업 마켓앤마켓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실리콘시장은 2021년 167억 달러에서 연평균 7%씩 성장해 2026년에는 23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