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회사 컬리의 기업공개 주관사 자리를 잃은 데 이어 공동주관을 맡은 야놀자의 기업공개도 놓치게 될까?
삼성증권은 컬리(마켓컬리)와 야놀자 외에도 카카오페이 등 대어급 기업공개 주관사 자리를 따낸 데 힘입어 상장주관 강자로 도약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받기도 했다.
삼성증권으로서는 컬리와 야놀자 모두 놓치게 되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야놀자가 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국내가 아닌 해외증시 상장을 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증권은 야놀자 기업공개 공동주관사로 선정됐는데 야놀자가 해외증시로 발길을 돌리게 되면 삼성증권은 주관사 자리를 잃게 된다.
삼성증권은 1998년 미국 법인을 설립했지만 상장주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들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앞서 3월 컬리는 뉴욕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2018년 삼성증권과 체결했던 주관사 계약을 해지했다. 대신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를 새로운 주관사로 선정했다.
컬리에 이어 야놀자까지 삼성증권이 맡은 두 건의 기업공개가 해외증시 상장 때문에 연달아 불발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특히 컬리와 야놀자 모두 유니콘기업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는 곳인 만큼 삼성증권으로서는 아쉬움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유니콘기업은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을 뜻한다. 국내 유니콘기업 수는 컬리, 야놀자 등을 포함해 20곳이 안 되기 때문에 유니콘기업의 기업공개는 희소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삼성증권으로서는 희소성 있는 주관이력을 추가해 상장주관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셈이다.
다만 최근 컬리가 미국 증시로 향하던 발걸음을 다시 국내로 돌리게 되면서 기존 주관사였던 삼성증권이 주관사 지위를 차지하게 될 수도 있다.
삼성증권과 컬리가 처음 주관계약을 맺었던 2018년과 비교해 컬리의 기업가치가 2천억 원에서 2조5천억 원으로 10배 넘게 뛴 만큼 새로운 주관사를 선정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삼성증권 또한 그동안 부지런히 주관역량을 키웠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공모규모만 1조 원을 넘기는 카카오페이의 기업공개 대표주관을 맡으면서 기업공개시장에서 강자로 꼽히는 빅3와 어깨를 나란히 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보통 조 단위 공모규모의 대어급 기업공개는 빅3로 꼽히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풍부한 주관경험을 앞세워 주관사를 꿰차는 때가 많다.
게다가 기업공개시장 빅3로 꼽히는 증권사들이 모두 마켓컬리와 경쟁하는 회사의 상장주관을 맡고 있기 때문에 컬리 주관사 선정 경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증권은 티몬,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오아시스마켓의 상장주관을 각각 맡고 있다. 삼성증권으로서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야놀자는 15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II로부터 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야놀자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것을 두고 앞선 투자사례인 쿠팡과 마찬가지로 야놀자도 미국 증시에 상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2015년과 2018년 2차례에 걸쳐 쿠팡에 27억 달러(약 3조3천억 원)를 투자했는데 쿠팡은 올해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쿠팡의 시가총액은 종가를 기준으로 약 886억5천만 달러(100조4천억 원)에 이르렀다. 이를 기준으로 추산한 소프트뱅크그룹의 투자수익은 10배가 넘는다.
야놀자가 쿠팡처럼 뉴욕증시에 상장할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