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변동성에 대응하려면 사업모델 혁신으로 위기 회복력을 키워야 한다. 지역금융그룹 한계를 넘기 위해 하반기에도 끊임없는 도전이 필요하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 사업모델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본격적으로 성장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BNK금융지주는 BNK투자증권과 BNK벤처투자, BNK캐피탈 등 투자금융사업 관련된 계열사에 출자로 자금지원을 확대해 비은행부문 외형 성장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BNK금융 비은행계열사를 중심으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기업투자금융 분야에서 확실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7일 BNK금융지주에 따르면 하반기부터 그룹 중장기 경영계획 달성을 목표로 비은행계열사에 출자 확대와 그룹 연계영업 강화 등 전략이 순차적으로 추진된다.
김지완 회장이 내놓은 중장기 경영계획 ‘그로우2023’은 2023년까지 기업투자금융과 디지털, 글로벌을 BNK금융 핵심사업으로 자리잡도록 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BNK금융그룹 전반에 리스크 관리체계가 강화되고 영업환경도 악화하면서 이런 전략을 실행으로 옮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 회장이 6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사업모델 혁신과 한계 극복을 내건 것은 코로나19 영향을 딛고 성장에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BNK금융은 BNK투자증권, BNK자산운용, BNK벤처투자에 이어 BNK캐피탈과 BNK저축은행 등 비은행계열사를 대상으로 하반기에 출자를 통해 자금지원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 회장이 올해 초 BNK금융을 투자금융 전문 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뒤 주로 기업투자금융업과 관계가 깊은 계열사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투자금융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자본력이 핵심인 만큼 자회사들이 충분한 투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2018년 자본규모가 2천억 원 안팎에 그치던 BNK투자증권에 4차례에 걸친 BNK금융지주의 출자를 주도해 자기자본을 올해 1분기 기준 9297억 원까지 늘리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BNK투자증권은 이런 지원에 힘입어 순이익 규모가 지난해 1분기 68억 원에서 올해 1분기 315억 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534억 원을 거둬 2019년 대비 약 154% 급증했다.
김 회장이 BNK투자증권에 지원을 강화한 성과를 확인하자 자신감을 찾고 다른 계열사에도 출자 방식으로 투자를 확대해 비은행계열사 외형 성장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BNK금융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자회사에 출자를 실시해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비은행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자산 성장과 경영 효율화로 사업체질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근 그룹 조직개편을 통해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 등 여러 계열사의 투자금융 관련된 부문을 재편하고 계열사끼리 연계영업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여러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영업을 추진해 사업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투자기회가 있을 때 여러 계열사가 동시에 자금을 공급하도록 해 경쟁력을 높이고 동반성장을 추진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마이데이터 등 디지털 기반 신사업과 해외사업 확대도 중요한 성장축으로 강조하며 계열사들의 글로벌 영업거점 확보 등 노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BNK금융지주 실적에 유의미하게 기여할 수 있는 분야는 기업투자금융과 관련된 사업인 만큼 당분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투자금융은 사업 특성상 브랜드 경쟁력보다 영업능력 및 자본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소매금융업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약한 BNK금융 계열사의 약점을 보완하는 분야가 될 수도 있다.
김 회장이 장기간 추진해 오던 BNK금융그룹의 수도권 진출 확대 노력도 기업투자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더 힘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BNK부산은행은 최근 수도권 기업대상 영업 활성화를 위한 전문인력을 채용했고 부산광역시 본부에도 수도권 영업을 지원하는 전담조직을 구축했다.
BNK경남은행은 수도권 지역 영업력 강화를 중점에 둔 인사를 실시했고 BNK투자증권과 BNK캐피탈 등 계열사도 올해 ‘수도권 거점화 전략’을 내세워 수도권에서 활발히 사업기회를 찾고 있다.
BNK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우량 투자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 투자금융 분야에서 확실한 입지를 갖춰내고 탄탄한 성장기반을 갖춰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 회장이 지난해 BNK금융지주의 BNK벤처투자 인수를 주도한 데 이어 투자금융사업에 기여할 수 있는 다른 비은행 금융회사 인수합병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