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겸 총괄프로듀서가 메타버스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방대한 아티스트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면서 K팝시장의 주도권 다툼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 올라타, 이수만 K팝 주도권 되찾기 잰걸음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겸 총괄프로듀서.


2일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회장은 엔터테인먼트사업에 메타버스를 접목하기 위한 기술력 확보와 콘텐츠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이 융합된 3차원 가상공간을 말한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확장현실, 아바타 등의 IT기술을 활용해 이용자가 가상공간 안에서 직접 활동하는 방식도 포함된다.

이 회장은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이 활동하는 고유의 세계관인 SM컬처 유니버스를 만들어 마치 미국 마블스튜디오처럼 지식재산(IP)사업을 다방면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SM컬처 유니버스를 메타버스 세계관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M컬처 유니버스라는 가상 세계관을 기반으로 현실의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와 아티스트, 팬들이 콘텐츠를 만들면서 다양한 지식재산사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메타버스 속 콘텐츠가 블록체인기술을 통해 예술작품처럼 독창성을 인정받는 시대에 SM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값어치는 점점 커질 것이다”고 자신했다.

이 회장은 이전부터 메타버스 구현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다.

SM엔터테인먼트는 6월 말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와 손잡고 메타버스의 기술·학술적 연구를 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디어유도 올해 하반기 목표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모자금의 일부를 메타버스 등으로 플랫폼을 확대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메타버스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점에 대비해 관련 사업에 선제적으로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에 따르면 메타버스와 관련된 글로벌시장 규모는 2019년 50조 원에서 2030년 1700조 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메타버스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적극 쓰일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공연이 힘들어지자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공연을 시도하는 아티스트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가수 트래비스 스콧이 에픽게임즈의 메타버스 게임인 '포트나이트'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열어 관객 2700만 명 이상을 끌어 모은 전례도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메타버스 유행에 빠르게 자리를 잡는다면 K팝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한때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예기획사였다. 이 회장도 최근 강연에서 “K팝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싶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다만 현재는 하이브가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흥행을 바탕으로 앞서가고 있다. 

하이브 시가총액은 2일 종가 기준 11조7960억 원으로 SM엔터테인먼트(1조4265억 원)의 8배를 웃돈다. 하이브가 손잡은 상대도 네이버와 YG엔터테인먼트로 만만치 않다.

이 회장은 미국 MGM과 손잡고 미국에서 활동할 보이그룹 NCT할리우드를 준비하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향후 메타버스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관련 분야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회장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8.73%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지분의 일부 혹은 전량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설에 관련해 “글로벌 콘텐츠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제휴와 지분투자 등 다양한 방안을 지속해서 검토해왔으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히면서 여지를 열어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