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내년 이후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하이엔드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과,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샤오미, 비보, 오포 등 중국의 신흥 3개 회사와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다.
 
화웨이 스마트폰 돌아오나, 삼성전자 글로벌 점유율 수성 쉽지 않아

▲ 런정페이 화웨이 CEO.


이런 상황에서 과거 최대 경쟁자였던 화웨이가 돌아온다면 점유율 싸움이 더욱 험난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외신들을 종합해보면 화웨이가 2022년부터 자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에서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화웨이는 2019년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중국 우한에 파운드리공장을 세우는 데 18억 위안(3천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이곳에서 광통신칩과 모듈 등 통신장비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었는데 이제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까지 생산할 만큼의 기술력이 갖춰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디지털기술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화웨이는 이제 하이실리콘 파운드리공장에서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만들 것이다”며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생산을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화웨이가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 복귀하기 위한 자생력을 갖추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 화웨이는 하이실리콘을 통해 자체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기린(Kirin)’ 시리즈를 설계하고 생산은 대만 TSMC 등 외부 파운드리에 맡겨 왔다.

그러나 2020년 미국의 경제제재로 외부 파운드리를 활용하지 못하게 되자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입지가 빠르게 축소됐다.

대부분의 중국 파운드리들은 기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양산할 만큼의 기술력이 없었던 데다 그나마 보급형 스마트폰에 탑재될 물량을 받아 주던 중국 SMIC마저 미국의 제재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자체 파운드리를 발판삼아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다시 경쟁력을 갖춘다면 삼성전자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모바일업계 한 관계자는 “화웨이가 스마트폰시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한다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하이엔드 스마트폰시장과 중저가시장 양쪽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는 셈이다”고 말했다.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점유율 20.3%의 1위 회사에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점유율이 1.9%포인트 늘었다.

이 기간 점유율 2위 회사인 애플은 점유율이 13.6%에서 15.5%로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1.9%포인트 상승했다.

중국 제조사들은 점유율 상승폭이 더 가팔랐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3위 샤오미는 9.9%에서 12.9%로 3%포인트, 4위 비보는 7.4%에서 10.2%로 2.8%포인트, 5위 오포는 8%에서 10.2%로 2.2%포인트씩 각각 늘었다.

가트너는 “샤오미, 비보, 오포는 1분기 화웨이와 LG전자의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든 기회를 잡았다”고 분석했다.

화웨이가 중국 신흥 스마트폰3사에 내준 점유율을 되찾고 과거의 경쟁력을 회복한다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화웨이는 스마트폰사업이 미국 제재로 몰락하면서 올해 들어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이 집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몰락 직전인 2020년 2분기까지만 해도 화웨이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의 18.4%를 점유한 2위 회사였다. 점유율 18.6%의 1위 삼성전자를 0.2%포인트 차이로 추격하고 있었다.

판매량이 아닌 출하량 기준으로는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앞서기도 했다. 시장 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화웨이는 스마트폰 5580만 대를 출하해 5370만 대를 출하한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다.

게다가 화웨이는 현재 중국의 신흥 스마트폰회사 3곳처럼 중저가 시장에 집중하는 회사가 아니다. 보급형 스마트폰 어센드(Ascend)D 시리즈와 어센드Y 시리즈도 인기를 끌었지만 주력은 하이엔드 스마트폰 어센드P 시리즈와 대화면 스마트폰 메이트 시리즈였다.

이는 사라진 화웨이의 점유율을 중국 신흥 3사가 완전히 메우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애플도 화웨이의 공백에 따른 수혜를 일부 볼 수 있었다.

화웨이는 2019년 11월 삼성전자 갤럭시폴드에 맞서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를 내놓는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재등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을 준비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화웨이 스마트폰 돌아오나, 삼성전자 글로벌 점유율 수성 쉽지 않아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A42와 갤럭시A32를 잇따라 내놨다.

8월에는 새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를 출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새 폼팩터(제품형태)의 선점 구도를 더욱 굳힐 준비를 하고 있다.

대신 하이엔드시장에서 하반기의 스테디셀러인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신작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화면 크기 측면에서 갤럭시Z 시리즈의 경쟁 모델이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모바일업계에서는 갤럭시노트 단종 가능성이 제기됐다.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갤럭시Z 시리즈를 통해 대화면 스마트폰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갤럭시노트 시리즈 수요를 흡수하려는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웨이의 복귀로 하이엔드시장에서 점유율 싸움이 격화한다면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다시 꺼낼들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갤럭시노트 단종설에는 선을 긋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3월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앞으로 갤럭시노트 신제품을 내놓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시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내년에는 지속적으로 해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