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2018년 2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대형건설사들이 해외사업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나는 해외사업을 굉장히 좋게 보고 있다”며 “대우건설은 발전과 원자력, 해외 고급건축 등에 굉장히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중흥건설은 호남을 기반으로 전국구 건설사로 급성장한 중견건설사지만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한 만큼 건설사의 외형 확대를 이끌어줄 수 있는 해외 건설시장 진출은 역부족이었다.
정 회장의 발언과 중흥건설의 상황을 살펴보면 대우건설이 국내외에서 주택과 건축, 인프라, 플랜트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대형건설사라는 점에서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통한 해외사업 진출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그러나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더라도 당장 해외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플랜트다. 대우건설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만 해도 25.1%였으나 2017년 22.3%, 2018년 18.3%, 2019년 18.3%, 2020년 13.4%로 꾸준히 줄었다.
반면 국내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사업의 비중은 꾸준히 늘었다. 대우건설은 2016년만 해도 국내 주택과 건축부문에서 전체 매출의 52.1%가량을 냈으나 이 비중을 2020년에 62.5%까지 늘어났다.
해외 플랜트사업의 비중이 대폭 줄어든 것은 대우건설을 매력적 매물로 만들기 위해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가 해외사업을 축소하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KDB산업은행은 2018년 초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할 때 호반건설과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해외사업장의 부실이 드러난 탓에 거래가 무산됐다.
대우건설은 실제로 2017년만 해도 전체 직원의 24.6%를 보였던 플랜트부문 인력을 2020년 말 기준 19.6%까지 줄이며 해외사업 의존도를 낮추는데 주력했다.
해외 플랜트사업은 오랜 기간 쌓아온 현지 기업과의 네트워크가 중요하게 작용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시공경험과 이에 따른 발주처의 신뢰도 등이 사업을 좌우한다. 대우건설이 수년 동안 해외 플랜트사업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우건설 인수를 통한 중흥건설 해외사업 확대 의지가 단기간에 구체화하기는 힘들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정창선 회장이 당장은 해외사업에 욕심을 내기 보다는 대우건설의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국내 주택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단기적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중흥건설은 수년 전부터 수도권 중소규모의 정비사업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강남구와 송파구, 서초구 등 이른바 ‘강남3구’에는 아직 발을 들여다놓지 못했다.
중흥건설은 ‘중흥S클래스’라는 브랜드로 이미 시장에서 많이 알려졌으나 대우건설이 지닌 브랜드 ‘푸르지오’나 ‘푸르지오써밋’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떨어진다.
대우건설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브랜드 통합을 추진하기는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 회장이 대우건설에 베팅을 아끼지 않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
물론 대우건설이 해외 플랜트사업은 보수적으로 진행했지만 해외 주택사업은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창선 회장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
대우건설이 베트남에서 단독 투자법인을 설립해 진행하고 있는 부동산개발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대우건설은 총사업비 약 24억 달러 규모의 하노이 스타레이크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신도시를 개발하고 있다. 빌라와 아파트 분양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중흥건설이 보유한 시공능력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부동산개발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중흥건설은 행정복합타운으로 조성된 세종시에서만 1만3천 가구가량을 분양한 경험이 있다. 대형건설사들이 수익성이 없다며 포기한 땅을 사들여 물량을 쏟아냈는데 결과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전국구 건설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이 보유한 해외 부동산개발사업의 노하우를 시공능력과 접목한다면 해외에서 일부 성과를 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정 회장은 컨소시엄을 꾸려 대우건설 입찰에 참여한 건설시행사 DS네트웍스와 달리 다른 재무적투자자와 손잡지 않고 단독으로 대우건설 인수에 나서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