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스시장에서 한국가스공사를 향한 민간기업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으로서는 개별요금제 확대 등을 통해 한국가스공사의 주도적 지위를 지키는 일이 점점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23일 에너지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SKE&S, 포스코에너지, GS에너지 등 액화천연가스(LNG)를 직접수입하는 민간기업들은 권익 보호를 위해 가칭 ‘LNG산업진흥협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 단체설립을 위한 인가신청을 접수한 뒤 승인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기본적 허가요건만 충족되면 정부가 민간단체의 설립을 제재할 근거가 없는 만큼 7월 중에는 단체설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LNG직수입 기업들이 단체설립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한국가스공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려는 의도로 읽힌다.
민간기업의 LNG직수입량은 2011년에 처음 허용된 이후 꾸준히 늘어 2020년에는 920만2천 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22.4%까지 비중이 높아졌다.
민간기업들은 LNG수입량이 늘어나는 만큼 국내 LNG배관망의 이용확대도 강하게 원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LNG를 직접수입하더라도 발전소까지 끌어가려면 한국가스공사의 배관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LNG배관망은 국가의 부담으로 구축된 시설인 데다 높은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한국가스공사가 관리사업자로서 독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정부의 탈석탄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국내 발전사 등에서 LNG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LNG직수입 물량이 늘어나고 LNG배관망의 접근성 확대요구도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부가 수소를 중심으로 국내 에너지체계를 전환하려한다는 점 역시 LNG수요 증가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LNG를 발전소 등에 공급하기 위해 기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냉열이 액화수소를 생산하는 데 활용되기 때문이다. 기업들로서는 LNG터미널 시설과 함께 액화수소 생산시설을 운용함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채 사장은 국내 LNG시장에서 민간기업들의 적극적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가스공사를 통한 LNG공급 비중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가 국내 LNG시장에서 일정수준 이상 지위를 유지해야 가스공급 안정이라는 공사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민간기업들이 LNG직수입을 원하는 주된 이유가 경제성에 있는 만큼 채 사장은 이미 각 기업의 여건이 반영되는 개별요금제 도입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채 사장은 지금까지 지역난방공사, 내포그린에너지, 한주 등 3곳과 개별요금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가스공사의 중요한 고객인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자회사들이 LNG직수입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채 사장에게 부담이다.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들은 정부의 탈석탄 에너지정책에 따라 앞으로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고 LNG발전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권고안을 보면 현재 계획된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들의 LNG발전 전환량은 1만600MW다. LNG발전 전환에 따른 추가 LNG수요는 연간 78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들이 늘어나는 LNG물량을 직수입으로 해결하려 든다면 가스공사의 국내 가스시장 점유율에는 크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가스공사는 국내 공급물량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는 물론 다양한 발전사들과 공급계약을 맺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