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미 기자 sbomi@businesspost.co.kr2021-06-14 18:10:21
확대축소
공유하기
경찰이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를 두고 HDC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를 비롯한 7명을 입건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은 14일까지 HDC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 3명, 철거업체 2곳 관계자 3명, 감리회사 대표 1명 등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이날 밝혔다.
▲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6월10일 오전 광주시 서구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불법 재하도급 등의 문제가 있었는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불법 하도급 계약 △철거계획서 미이행 △안전관리 부실 △사고 당일 안전보강 미조치 등이 일부 사실로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수사 결과 원청업체이자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철거공사 하청을 한솔기업에 맡겼다.
계약에 따르면 한솔기업이 직접 철거를 진행해야 하지만 한솔기업은 20~30%가량의 수익을 남기고 다시 지역 철거업체인 백솔건설에 재하도급을 줬다. 최종적으로 백솔건설이 현장에서 철거를 진행했다.
건설산업기본법 29조2항에 따라 한솔기업은 자신이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일부를 동일한 업종에 해당하는 백솔건설에게 하도급을 할 수 없다. 백솔건설은 불법 재하도급 계약을 맺은 것이다.
공사 예정가는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백솔건설은 원가 절감과 공기 단축을 위해 '날림 공사'를 진행했다.
게다가 백솔건설은 경력도 부족한 데다 기본적 안전관리도 시행하지 않았으며 지자체에 신고한 철거계획서를 철저히 무시한 채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솔건설 대표는 지난해 3월 광주 북구에서 비계구조물해체공사업 신규 면허를 취득한 뒤 곧바로 이번 대형참사를 빚은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의 철거공사를 맡았다.
경찰은 백솔건설이 철거계획서와 다른 방식으로 건물 철거를 진행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한솔기업은 지난 5월14일 광주 동구에 잔재물을 쌓아 그 위에서 굴삭기가 맨 위층(5층)부터 아래층으로 해체 작업을 진행한다고 해체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경찰조사 결과 백솔건설은 고층이 아닌 붕괴 위험이 높은 저층 외벽부터 뜯어내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철거작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건물과 연결된 와이어가 사고 당일 끊어졌지만 이를 보강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지난 8일 건물이 기울어지지 않도록 흙더미와 건물 본체를 와이어로 연결했지만 사고 당일인 11일 이 와이어가 끊어져 붕괴 위험이 있었지만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굴삭기가 건물 전면부에 충격을 줬는지, 안전보강에 문제가 있었는지, 무너진 흙더미가 건물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놓고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밖에 경찰은 철거업체 계약 과정에서 조직폭력배 출신 인사가 브로커 역할을 하며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지상 5층 건물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인근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한 대가 잔해에 매몰됐다. 당시 버스 탑승자 17명 가운데 9명은 사망했고 8명은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