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서 대만 TSMC와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애플, AMD 등 대형 반도체기업과 협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도 외부 고객이 많지만 아직 TSMC와 비교해 내부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TSMC는 애플 AMD 반도체 동맹 굳건, 삼성전자 파운드리 추격 고전

▲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는 주요 고객사 화웨이가 지난해 이탈한 뒤에도 실적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TSMC 1분기 매출은 129억2천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4% 늘었다. TSMC는 앞서 2분기 매출 전망치로 129억~132억 달러를 제시하기도 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실적이 24~27%를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TSMC와 화웨이의 파운드리 거래가 중단됐을 당시만 해도 시장에는 TSMC의 향후 실적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화웨이는 2019년 TSMC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이 컸다. 하지만 작년 미국 정부의 TSMC는 화웨이 반도체 파운드리를 맡기 어려웠다. 자연히 TSMC 실적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TSMC가 이런 예상을 벗어나 꾸준한 실적 증가를 보여주는 데는 기존 고객사의 역할이 크다. 특히 애플과 AMD가 TSMC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갈수록 더 많은 반도체 일감을 맡기는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은 그동안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자체개발한 반도체의 생산을 TSMC에 위탁해 왔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노트북 및 PC용 반도체도 자체적으로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반도체 역시 TSMC를 통해 만들어진다. 

애플은 차세대 반도체기술을 상용화하는 과정에서도 TSMC와 가장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인사이더 등 여러 외신은 TSMC가 2022년 애플의 3나노급 AP ‘A16(가칭)’을 생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TSMC와 애플은 또 2나노급 반도체 개발에 관해서도 손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AMD의 기여도도 만만찮다.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에 따르면 TSMC에서 AMD 매출비중은 2019년 4%에서 올해 9%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애플에 이어 매출 2위 고객사에 오르는 것이다. 

AMD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주력 반도체를 TSMC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AMD는 또 최근 인텔을 상대로 CPU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TSMC의 수혜가 커지고 있다.

리사 수 AMD CEO는 5월 미국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올해 내내 TSMC로부터 더 많은 반도체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든든한 파트너인 TSMC에서 반도체 생산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

TSMC가 이처럼 외부 고객사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여전히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를 가장 큰 고객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매출기준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1위 TSMC 55%, 2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17% 등으로 집계돼 격차가 컸다. 
 
TSMC는 애플 AMD 반도체 동맹 굳건, 삼성전자 파운드리 추격 고전

▲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V1라인. 3~7나노급 시스템반도체가 생산된다. <삼성전자>


순수한 외부 고객사로부터 발생한 매출만 따지면 차이는 더 벌어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절반가량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반도체를 생산해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파운드리사업부로서는 사업전략을 수립할 때 한 지붕 아래에 있는 다른 식구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파운드리사업부가 실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반도체 가격을 높이면 시스템LSI사업부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반도체를 사용하는 무선사업부 등의 수익성도 악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가치사슬과 독립된 외부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에서 내부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 퀄컴, IBM 등과 협력하며 반도체 일감을 수주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매출비중은 시스템LSI사업부 50%, 퀄컴 17%, 엔비디아 5%, 기타 28%로 추산됐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특히 엔비디아의 반도체 일감이 많아지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외부매출 비중이 60%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에서 외부 고객사를 확대하는 등 TSMC를 추격하는 데 성과를 보여야 최근 지지부진한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의 제왕을 넘어 ‘TSMC와 격차를 좁혀가는 위협적 파운드리 플레이어’라는 점을 증명하기를 기대한다”며 “삼성전자는 1분기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 부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