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회장은 오래전부터 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이마트 신제품을 알리고 개인적 일상도 올리며 재벌이지만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특히 정 부회장의 SNS는 젊은층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정 부회장은 소위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B급 정서를 바탕으로 한 유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이 점을 ‘MZ세대’(1980~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이 신선하게 느끼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는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컬레버래이션(협업)상품을 내놓는 등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은 MZ세대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어느 정도 계산된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이 최근 유튜브에서 소개한 스타벅스 음료 ‘나이트로 콜드브루’는 판매량이 급증하는 등 CEO 마케팅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SNS를 통한 소통은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키움히어로즈 구단을 향해 “발라버리겠다”고 말했는데 기업오너로서 경솔한 발언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또 5월26일 인스타그램에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글귀가 포함된 음식 감상평을 남긴 것을 두고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이마트와 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사 제품을 불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NS를 통한 소통의 빛과 그림자를 정 부회장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최근 SNS를 통한 소통이 활발해지고 자기PR(홍보)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자신을 알리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그만큼 말 한마디의 중요성은 경시되는 분위기다. 다수를 상대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통로는 늘어났지만 오랫동안 생각한 뒤 나오는 말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경영인이나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 글 한 줄은 영향력과 파급력이 일반사람들의 글이나 말과 크게 다르다.
미국에서는 매일같이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때문에 세계 가상화폐 시세가 출렁거리고 있다. 테슬라 주가도 머스크의 한 마디에 오르락 내리락해 머스크의 ‘말’이 테슬라의 최대 리스크라는 말도 나온다.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 거침없는 말들을 쏟아내 한국의 일론 머스크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최근 ‘말’이 기업의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는 점도 닮아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연설문을 항상 꼼꼼히 검토하고 수정했는데 그 이유를 ‘글로써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말로써 정책이나 이념을 실현하려 했던 것인데 이는 나라가 아닌 한 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인에게도 통용될 수 있다. 경영인들도 매년 신년사를 통해 기업의 비전이나 방향성을 제시한다.
정 부회장의 2021년 신년사 영상이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다. 한 개그 유튜브 채널에서 정 부회장의 신년사를 패러디한 것이 유명해지자 네티즌들이 영상의 원작을 찾기 시작하며 이른바 ‘역주행’을 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 부회장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활동은 ‘밈(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콘텐츠 놀이)’으로도 활용되며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다. 정 부회장은 유통업에서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항상 강조하는데 스스로를 콘텐츠화하는 데 일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다.
정 부회장이 SNS라는 양날의 검을 좀 더 신중히 사용한다면 신세계그룹의 목표인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더 오랫동안 줄 수 있지 않을까?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