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전영묵 사장은 자산운용을 중장기 성장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멀티 부티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멀티 부티크는 국내 자산운용업을 놓고 삼성자산운용과 삼성SRA자산운용에 맡기고 해외 자산운용업은 해외 대체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나눠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전 사장은 글로벌 대체운용사와 해외 ETF(상장지수펀드)운용사 등을 발굴하고 지분투자 및 위탁운용 등 사업협력을 강화해 삼성자산운용이나 삼성SRA자산운용 등과 공동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전 사장은 영국 부동산자산운용사 세빌스IM의 지분을 취득하고 자산을 위탁운영하기로 하면서 자산운용부문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자산운용부분에서 글로벌 투자처를 꾸준히 발굴하고 있으면 성장성이 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보험사 지분투자 또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이사회는 27일 영국의 종합부동산 그룹 세빌스plc 산하 세빌스IM의 지분 25%를 6375만 파운드(한화 약 1013억 원)에 취득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삼성생명은 세빌스IM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10%의 지분을 2025년까지 추가로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도 확보했다.
세빌스IM은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부동산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도 일본,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번 지분투자를 통해 우량 해외 부동산 및 인프라 자산을 확보하고 투자자산을 다변화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도 유럽에서 지분투자를 통한 경영참여로 해외사업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2019년과 2020년 영국 로이즈 캐노피우스에 각각 1억5천만 달러, 1억1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로이즈시장은 런던을 중심으로 발달한 특수보험시장이다. 테러·납치·예술품·전쟁·신체·공연 관련 배상보험 등 고도의 특화된 리스크를 인수하는 특종보험상품을 다룬다. 세계 200개 나라에서 관련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글로벌시장 규모는 약 456억 달러에 이른다.
삼성생명이 해외 자산운용부문을 강화하는 측면이라면 삼성화재는 해외 보험시장 진출이라는 점에서 차이있지만 영국 기업에 지분투자하는 방식은 같은 셈이다.
삼성화재가 지분투자를 통한 해외사업 강화를 먼저 시도했다면 중국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의 방식을 삼성화재가 뒤따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삼성화재는 2005년 해외보험사 가운데 세계 최초로 중국에 단독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외국계 보험사로서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을 위해 텐센트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에 중국금융당국으로부터 최종승인을 얻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생명은 이보다 앞선 2015년 중국은행과 합작법인 '중은삼성인수보험'을 세웠다.
중은삼성인수보험은 2017년 흑자전환 한 뒤 이익규모가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순이익 152억 원을 냈는데 지난해 한해 동안 거둔 순이익이 112억 원이다.
삼성생명이 중국에서 합작법인 설립으로 성과를 내면서 최 사장이 텐센트와 합작법인 설립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전 사장은 중국 법인을 키워 중국에서 전국 단위의 중형생명보험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은삼성인수보험의 지분을 더 확보할 가능성도 열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은삼성인수의 지분구조는 중국은행 51%, 삼성생명 25%, 중국항공 24%으로 구성됐다. 삼성생명은 비금융사인 중국항공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사장과 최 사장이 해외사업에 힘을 싣는 것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각각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에서 1위라고는 하지만 고령화사회·저출산 등으로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구 대비 보험가입률을 보험침투율이라고 한다. 2019년 기준 한국의 보험침투율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11%에 이른다. 세계 평균은 6%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8%가량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