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발행되면 비트코인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 발행을 검토하며 비트코인의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나오면 비트코인 가치 오를까 내릴까 전망 팽팽

▲ 비트코인 이미지.


반면 '디지털금'으로 희소성이 부각돼 투자자산으로서 가치가 더 오를 것이란 의견도 만만찮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상용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각국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달러, 위안화, 원화 등 기존 화폐를 디지털화해 발행하기 때문에 안정적 가치를 지닌다.

최근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은 가장 발빠르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을 준비해왔다. 중국인민은행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연구해왔으며 최근 비공개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유보적 태도를 보였던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최근 디지털화폐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브레이드너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25일 코인데스크가 개최한 행사에서 "연방준비위원회가 달러의 디지털화를 위한 공공부문의 개입과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올해 여름에 미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도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8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관련한 모의실험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신용이나 유동성에 위험이 없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필요성은 크다”며 “앞으로 진행될 모의실험을 토대로 기술적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부분 국가들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가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66곳 중앙은행 가운데 86%가 디지털화폐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면 비트코인에 기대하고 있는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가치는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비트코인은 가치가 급등락하는 등 변동성이 높지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수요에 맞춘 탄력적 공급으로 가치의 안정성이 유지된다. 이에 더해 정부 발행에 따른 신뢰성을 기반으로 통용됨으로써 지급결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비트코인보다 훨씬 안정적 역할을 수행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비트코인 가치 상승요인 가운데 하나를 온전히 흡수해버릴 수 있는 셈이다.

비트코인 가치는 지난해 말부터 대안자산과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기대감이 커지며 상승했다. 앞서 테슬라와 페이팔, 위워크 등이 비트코인으로 대금결제를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등장해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역할만 수행해 비트코인이 보유한 대안자산으로서 역할을 침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이 늘어날 수록 희소성을 지닌 비트코인의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각국 정부 통화정책에 따라 제한없이 발행이 가능하다. 반면 비트코인은 총채굴량이 2100만 개로 정해져있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면 비트코인의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지위가 흔들릴 수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탈중앙화와 희소성을 통해 '디지털금'의 역할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