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가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급 브랜드 유치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현대백화점에 30년 이상 몸담은 인물로 해외 브랜드 사정에 밝고 직접 협상을 주도한 경험도 지니고 있다.
 
[오늘Who] 현대백화점면세점 명품 유치 절실, 이재실 솜씨 보여주나

▲ 이재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


14일 면세점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1분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과 함께 면세점업계의 실적 반등이 나타나면서 2020년 사업을 대폭 확대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시장에 안착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코로나19로 면세업계가 가장 어려웠던 2020년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에 이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도 열면서 외형 확대에 힘을 기울였다.

면세업계 빅3로 불리는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이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을 축소했던 것과 대조적 움직임이었다.

면세사업에서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경쟁사들이 주춤하는 상황이 오히려 규모를 확대할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면세사업은 브랜드 유치가 핵심 경쟁력인데 일정 수준의 규모를 갖춰야 브랜드 입점을 위한 협상에서 유리하다.

허제나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추가적 매장 출점으로 바잉파워(구매력)가 확대되며 적자폭을 빠르게 축소하고 있고 향후 수익성 개선 가능성도 높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인기 브랜드가 다수 입점해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아직 3대 명품(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가운데 하나도 유치하지 못했다. 명품 브랜드는 판매 단가가 높고 모객효과가 큰 만큼 면세점에서 중요한 경쟁 요소인데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아직 이런 부분에서 부족한 셈이다.

이재실 대표이사가 올해 1월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로 선임된 것은 명품 등 브랜드 유치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로 분석되고 있다.

이 대표는 현대백화점에서 30년 동안 근무하며 상품본부 패션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현대백화점 판교점 점장을 맡았는데 판교점에 루이비통을 비롯해 까르띠에, 티파니, 불가리, 피아제 등 유수의 명품 브랜드를 유치해 판교점의 성장을 이끌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서울의 대형 백화점에 못지않은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2020년 매출 1조74억 원을 내면서 최단기간에 국내 ‘연매출 1조 원 점포’에 올랐다.

이 대표는 판교점 점장으로 있을 때의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1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까지 오르게 됐다.

올해 승진한 박장서 현대백화점면세점 영업본부장 전무와 곽준경 MD(상품기획)담당 상무도 이 대표를 도와 브랜드 유치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인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우선 인천국제공항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제1여객터미널(T1) 구역에 샤넬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샤넬이 올해 인천공항 T1 구역에 들어온다면 2015년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에서 철수한 뒤 6년 만이다.

당시 샤넬은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과 수수료 관련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부띠끄, 화장품 매장 3개를 철수했다. 샤넬은 현재 인천공항에서 제2여객터미널(T2) 구역에만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샤넬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다면 앞으로 다른 명품 브랜드를 들여오는 데도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고야드, 디올 등의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무역센터점은 개점한지 2년이 지났지만 주요 명품 브랜드 입점이 지연되며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등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샤넬과 현재 인천공항점 입점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해외 명품업체들도 면세점 입점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