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푸본현대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판매채널을 다각화하기 위해 법인보험대리점(GA)채널을 다시 가동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인보험대리점 영업이 다시 이뤄진다면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 판매를 통해 퇴직연금 중심의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푸본현대생명에 따르면 법인보험대리점채널 영업이 중단된 지 4년 만에 채널 재가동을 위한 제휴사를 찾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올해 GA채널 영업재개를 목표로 법인보험대리점 제휴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일정이나 기업이름 등 구체적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법인보험대리점과 제휴를 모색하는 것은 개인영업 재개를 통해 퇴직연금 중심의 수익구조를 개선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은 전체 자산규모는 18조5616억 원으로 생명보험사 가운데 중하위권이지만 퇴직연금 자산은 8조9939억 원으로 업계 1위인 삼성생명(24조2396억 원) 다음으로 많다.
푸본현대생명은 주수입원인 퇴직연금을 토대로 수익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은 2020년 순이익 951억 원을 거뒀다. 2019년보다 15.8% 늘었다.
퇴직연금은 자본 변동성이 없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마진율이 낮은 편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안겨다 줄 종신보험 이외에 건강보험, 상해보험 등 보장성보험의 판매채널이 절실하다.
이 사장은 2017년 대표에 오른 뒤 그해 9월 대규모 지점 폐쇄, 설계사 수당 삭감, 법인보험대리점 채널 및 방카슈랑스 운용 중단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사업비 절감작업을 실시하며 사실상 개인 대상 영업을 중단했다.
법인보험대리점 채널 재가동은 개인영업 정상화를 통한 판매채널 다각화의 마지막 퍼즐이기도 하다.
이 사장은 법인보험대리점 채널 재가동을 모색하기 앞서 2019년 방카슈랑스 채널을 재개해 저축성보험의 판매를 늘려왔다.
이 사장은 방카슈랑스 채널을 재가동한 뒤 법인보험대리점 채널 재가동을 검토해왔지만 지난해 코로나19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대면영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정이 미뤄진 바 있다.
이 사장은 9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그가 문을 닫은 개인영업부문을 다시 정상화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법인보험대리점 채널 정상화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연임을 바라볼 가능성도 있다.
이 사장은 법인보험대리점 채널 재가동을 위해 올해 초 김병철 상무를 개인영업본부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개인영업본부는 법인보험대리점을 핵심으로 운영된다. 전속설계사 및 텔레마케팅(TM)채널 영업도 지원한다.
김 상무는 메트라이프생명과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등에서 법인보험대리점 채널을 총괄했다. AIA생명에서는 영업채널 총괄을 맡기도 했다.
이 사장은 방카슈랑스 채널을 재개할 당시 은행과 제휴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KB생명의 전임 방카슈랑스 팀장 출신을 영입한 바 있다.
김 상무의 영입도 갑작스런 채널 폐쇄를 경험한 법인보험대리점 업계를 달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사장은 1972년 태어나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최연소 생명보험사 최고경영인(CEO)으로 꼽힌다.
KB생명, 삼성화재, ING생명을 거쳐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현대라이프생명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일했으며 2017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기획, 마케팅, 글로벌 비즈니스부문을 두루 거쳤다.
2018년 현대라이프생명의 대주주가 대만 푸본생명으로 바뀌면서 푸본현대생명으로 바뀐 뒤에도 재신임을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