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국정 비전 제안 심포지엄에서 국정비전을 제안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이 전 대표의 대선공약 준비를 위한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가 주최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30세대의 마음을 잡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2030세대는 현안에 따라 지지성향을 쉽게 바꾸는 부동층인 만큼 이 전 대표는 대통령선거 지지율을 끌어올릴 발판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대표는 10일 대선 공약 준비를 위한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지금은 불안의 시대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국가와 사회를 향한 믿음을 무너뜨린다”며 “4·7재보궐선거 이후에 한 달 동안 전국을 돌며 많은 분을 뵀다. 주로 청년들을 만났다. 청년들은 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은 이날 출범식에 이어 국정 비전 제안 심포지엄을 열었다.
그는 “청년들이 목돈을 모을 방법이 보이지 않으니 주식이나 비트코인으로 몰려간다. 비트코인에는 국가가 없다”며 “이런 불안의 시대에 국가는 개개인의 삶을 지켜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조연설은 2030세대가 겪고 있는 고통과 그 해결책에 집중됐다.
이 전 대표는 4.7재보궐선거 뒤 잠행을 이어오다 4일 공식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4일 ‘
이낙연TV’ 대담 녹화를 통해 "특히 청년의 삶에 주목했다"면서 시대정신을 ‘내 삶을 지켜주는 국가’로 내걸고 ‘청년의 목소리’를 자처했다. 공개 행보의 첫 메시지도 2030세대를 목표로 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같은 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만나 기업의 공채 확대를 요청했다.
그는 “경제가 회복국면을 맞고 있는 만큼 회복의 탄력 차원에서 기업의 통 큰 공개채용 확대가 필요하다”며 “청년층 사이에서는 수시채용보다는 공개채용이 더 공정성 있는 채용 방식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정년연장을 놓고도 “현재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젊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2030세대 남성에게 적극적이다.
그는 ‘
이낙연TV’ 대담을 통해 “징집 남성들은 제대할 때 사회출발자금 같은 것을 한 3천만 원 장만해서 드렸으면 좋겠다”며 의무복무를 한 남성들에게 군 가산점 대신 다른 인센티브를 주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이 전 대표는 2030세대에게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다. 정책적 선명함 대신 신중함과 안정감으로 믿음이 가는 대선주자 이미지를 쌓아온 것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4·7재보궐선거를 거치면서 2030세대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놓으면서 ‘선명함’의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2030세대가 ‘스윙보트’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이들을 새로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30세대는 비교적 정당 지지성향이 뚜렷한 기성세대와 달리 현안에 따라 지지 정당을 바꾸는 특징이 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과거 여론조사들을 종합해보면 청년층은 여전히 특정 인물을 지지하지 않고 있어 '부동층'이라는 점에서 여러 후보들이 이들을 집중공략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전 대표가 이들을 겨냥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까지 20%대 지지율을 보이면서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현재 10%대를 횡보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6일 내놓은 5월 1주차 다음 지도자 선호도 조사결과를 보면 2030세대에서 ‘의견유보’의 비율이 절반을 웃돌았다. 절반 가까이 ‘스윙보트’인 셈인데 이는 장년층의 두세 배 수준이다.
의견유보 비율만 놓고 보면 18~29세는 58%, 30대는 49%로 집계됐다. 반면 40대 24%, 50대 23%, 60대 이상 37%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에게 2030세대는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이 세대는 급격히 문재인 정부로부터 등을 돌린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촉구 촛불시위와 제 19대 대통령선거, 제 21대 총선 등에 적극 참여하면서 대체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지지해왔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4·7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며 등돌렸다. 이는 부동산문제와 함께 민주당이 재보궐선거에 참패한 핵심원인으로 꼽힌다. 이들의 표심이 내년 대선에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대표 쪽 관계자는 “이 의원이 재보궐선거 뒤 한 달 동안 잠행했는데 특히 청년층을 많이 만나 이들의 불만에 귀 기울였다”며 “이들은 촛불을 들고 현정부를 만든 세대였는데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당을 향한 회초리를 들어 실망감을 표출한 만큼 이 전 대표가 이들을 위한 목소리를 첫 메시지로 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