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그룹 통합결제 플랫폼을 구축해 간편결제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가 이미 경쟁이 치열한 간편결제시장에 후발주자로 참여하는 만큼 자체 플랫폼 경쟁력을 내세우기보다 플랫폼 범용성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둔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후발 간편결제 두고 범용성에 방점, 손태승 눈은 미래사업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4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제휴사와 고객이 범용성 있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그룹 통합결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간편결제 플랫폼들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기존 고객을 가둬두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면 손 회장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지주는 간편결제시장에 후발주자로 참여하는데 고객을 묶어 두는 자물쇠 효과를 노리기보다 범용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간편결제시장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 위주로 성장했는데 최근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금융지주들도 자체적으로 간편결제 플랫폼을 출시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간편결제건수는 2016년 210만 건에서 2020년 1454만 건으로 늘었는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사회가 앞당겨지며 결제방식이 기존 신용카드에서 간편결제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계열사로 카드사를 두고 있는 대부분 금융지주들도 결제방식 변화에 대응해 간편결제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빅테크기업들이 결제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 보험 등으로 금융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단일 카드계열사를 넘어 그룹 차원에서 간편결제 플랫폼을 구축해 대응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KB페이'를 통해 간편결제시장에 진출했고 신한금융지주도 올해 4월 통합 간편결제 플랫폼 '신한페이'를 선보였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우리카드와 함께 '우리페이'를 기반으로 그룹 통합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데 시장에 나와 있는 기존 결제 플랫폼보다 개방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룹 통합결제 플랫폼 구축은 우리페이를 기반으로 진행될 것이다"며 "우리금융그룹 내에서 사용하는 플랫폼과 제휴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등 두 가지 방식으로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그룹이 아닌 제휴사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화이트라벨링(한 회사가 생산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회사가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브랜드를 변경할 수 있는 사업 방식)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다른 제휴사들도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하드웨어를 맞춤형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휴사가 우리금융그룹의 그룹 통합결제 플랫폼을 사용해도 플랫폼 명칭은 제휴사가 변경해 활용할 수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간편결제 플랫폼을 제공하고 플랫폼 관리에만 관여하는 방식이다.

경쟁 금융지주들이 자체 결제 플랫폼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제휴사를 대상으로한 화이트라벨링서비스를 병원, 대학 등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그룹이 사용하게 될 그룹 통합결제 플랫폼도 범용성이 강조된 형태로 구축한다. 

간편결제는 신용카드나 계좌번호 같은 결제정보를 모바일기기 등에 미리 등록하면 간단한 비밀번호 입력이나 지문인식만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한 방식이다. 

통상 간편결제 플랫폼에는 같은 회사나 그룹사의 계좌나 카드만 등록된다.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그룹 통합결제 플랫폼에 우리은행이나 우리카드가 아닌 다른 금융사들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한다.

다른 금융사로 결제플랫폼 적용범위를 확대하면 자물쇠 효과를 풀게 돼 고객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플랫폼 범용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이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을 둔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지급지시전달업, 종합지급결제사업 등 신규 라이선스 도입과 관련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급지시전달업이 도입되면 결제 플랫폼에서 다른 금융사들의 계좌나 카드에 바로 지급지시를 내릴 수 있어 플랫폼 사이에 자물쇠 효과는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손 회장이 다른 금융사까지 적용 가능한 결제 플랫폼을 선보이면 간편결제시장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마이페이먼트시장에서는 앞서 나갈 수 있는 셈이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다른 금융사까지 플랫폼 사용처를 확대하는 것이 고객 접점에서 지금 당장은 실익이 없을 수 있다"면서도 "앞으로 열릴 마이페이먼트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