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전 총장은 물밑에서 대통령선거를 준비하기 위한 '실력'을 쌓고 있다.
국정운영에 필요한 경제, 외교, 안보, 복지 등의 분야 전문가를 만나 각 사안을 공부하면서 인적 네트워크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총장의 의지와 무관하게 ‘팬덤현상’도 확대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다함께자유당'이 창당되는가 하면 윤 전 총장을 다룬 책들도 출판됐다. 물론 신당이나 책 출판 모두 윤 전 총장이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윤 전 총장은 정치적 거취를 두고 오랫동안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환경에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 있어 윤 전 총장이 섣불리 정계진출의 방법과 시기를 결단하지 못하는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현재 제 1야당인 국민의힘은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다. 당대표 경쟁 과정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국민의힘 태도도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따라 야권 전체의 대선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의힘 안에는 '자강론'을 펼치며 윤 전 총장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세력이 없지 않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문제도 남아 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 견제에 앞장서고 있다.
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통합문제도 남아 있다. 국민의힘, 국민의당 통합은 다른 야권의 대선주자인 안철수 대표의 진로와 직결되는 문제다.
그런데 국민의힘 당대표를 뽑을 전당대회는 일정조차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통합 문제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윤 전 총장으로서 정치권 등판의 시점을 잡기 애매한 상황인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선택지로 크게 ‘국민의힘 입당’과 ‘독자세력롸’ 두 가지를 꼽는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서 정치를 시작한다면 순식간에 정치적 세력을 확보하고 대선 준비를 위한 조직적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보수 색채가 강한 국민의힘 입당이 윤 전 총장의 중도 이미지를 희석하며 중도층 지지를 일부 잃어버릴 위험도 있다.
더구나 국민의힘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체제 종료 뒤 과거 자유한국당이나 새누리당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낌새도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반면 윤 전 총장이 독자세력화를 꾀한다면 윤 전 총장이 지금까지 쌓아온 정치적 이미지를 유지한 채 폭넓은 지지를 확보해 나갈 것으로 기대해봄직 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치경험이 많은 조력자의 도움을 받는다면 독자세력을 꾸려도 충분히 대선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야권뿐 아니라 민주당 일부에서도 윤 전 총장에게 호응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면 윤 전 총장의 세력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기성 정당 밖에서 대선 준비를 시작하는 것은 큰 모험이다. 조직력 열세 탓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것처럼 초반 지지도 우세를 끝까지 지키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전 총장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그를 향한 회의론이 커질 수 있다. 애초부터 고건 전 국무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철을 밟아 대선을 완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을 두고 ‘별의 순간을 잡았다’며 추켜세웠던 김종인 전 위원장도 최근 윤 전 총장을 향한 회의적 시각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4월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대선주자 지지도가 3개월, 6개월 뒤 허망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앞서 언론 등을 통해 ‘윤 전 총장과 만날 의향이 있다’는 취지의 신호를 여러 번 보냈음에도 윤 전 총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는 경고를 보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을 두고 국민의힘과 김 전 위원장 사이의 쟁탈전 조짐도 보인다.
국민의힘 당대표 도전이 유력한 권영세 의원은 4월29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강연에서 윤 전 총장이 ‘마크롱 모델’로 대선 도전할 수 있다는 의견을 놓고 “동의하지 않는다”며 “윤 전 총장이 정치를 한다면 국민의힘에 들어올 것이다”고 말했다.
마크롱 모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처럼 거대 양당 밖에서 집권을 꾀하는 전략이다.
앞서 김종인 전 위원장은 4월20일 공개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가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다”며 “프랑스에서 국민의 신망을 받은 마크롱이 대통령이 돼 기성 거대 양당이 붕괴됐다”고 말한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