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오너들이 이건희 전 회장 재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매각이 현실화된다면 이를 받아줄 후보군은 많지 않은데 금융지주에 우선 시선이 몰린다. 삼성생명 지분을 사들일 이유가 많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오너 지분이 매물로 나올 수도, 금융지주 누가 관심 보이나

▲ 삼성생명 서초사옥.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건희 전 회장 상속재산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생명 지분(20.76%)을 상속인들이 처분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전 회장 상속재산 관련 상속세는 12조 원 이상인데 5년 동안 나눠 내는 연부연납제도를 이용해도 매년 2조 원 남짓을 내야 한다. 기존 보유 현금과 매년 나오는 배당금을 모두 동원한다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 전 회장은 삼성생명 최대주주인 데다 삼성생명은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8.51%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상속인들이 당장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계열사 지분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는데 개정안은 계열사 지분가치 산정기준을 기존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치로 변경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5% 이상 처분해야 한다. 지배구조상 중요고리로서 삼성생명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 전 회장 재산 상속과 관련해 “향후 세수 납부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필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보험업법 개정 여부에 따라 (삼성그룹 오너들이) 삼성생명 지분도 처분을 검토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삼성그룹 오너들이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하려는 시도를 한 적도 있다. 2015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만나 지분 매각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오너들의 삼성생명 지분 처분이 현실화되면 금융지주가 사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회사 지분 매입은 대주주 적격성과 금산분리 규제 등 따져야 하는 부분이 많고 삼성생명 지분가치가 조 단위에 이르는 만큼 현실적으로 대규모 지분을 거래할 수 있는 곳은 금융지주나 대형 사모펀드 정도로 제한된다.

삼성생명은 생명보험업계에서 독보적 1위 기업이기 때문에 금융지주가 지분투자에 욕심을 낼 가능성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그룹 오너들과 주요 금융지주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대출 등을 놓고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지주 쪽이 삼성그룹에 삼성생명 지분 매각 여부를 타진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재계에서는 맥쿼리인프라의 LGCNS 지분 매입이나 네이버·신세계 지분교환 등 지분투자자의 경영 참여나 협력 강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삼성생명 지분 보유가 생명보험 진출이나 사업 강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어 금융지주가 더욱 눈독을 들일 여지가 많다.

특히 상대적으로 보험분야가 취약한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이 삼성생명 지분에 더 관심을 보일 있다는 시선이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보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 내에 비어있는 비은행 부문은 다방면으로 포트폴리오 확대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인수합병이나 지분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크다는 뜻이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하나생명보험, 하나손해보험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하나금융지주도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보험분야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을 인정하며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할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밝혀 사업확대에 나설 의지를 보였다.

다만 일부 지분만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로서 역할에 한계가 있는데다 조 단위 현금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금융지주가 삼성생명 지분 확보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삼성생명 지분가치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분 확보는 장기적으로 인수합병(M&A)에 따른 경영권 확보까지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접근할 사안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