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송 위메프 대표이사 사장이 ‘기술 기반의 오픈마켓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신발끈을 다시 매고 있다.
위메프는 지난해 중반 박은상 대표가 장기휴직에 들어가면서 활기를 잃고 실적 부진도 피하지 못했다.
29일 위메프에 따르면 하 대표가 회사를 맡은 뒤 인사제도를 손보며 개인별로 평가하던 기존 성과급제도를 팀별 성과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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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인사고과평가에 서술형 코칭제도를 추가해 동료 사이 발전을 독려하는 문화를 조성하기로 했다.
하 대표는 3월에는 직급제 폐지를 통해서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런 조치는 전임 박은상 대표의 퇴진과 지난해 실적 부진 등으로 위메프 임직원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만큼 사기부터 먼저 올려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 대표는 위메프의 영업전략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먼저 위메프에 입점해 영업을 하는 파트너와의 계약조건부터 수정했다. 2월에 일부 오픈마켓 판매자들의 판매수수료를 전자상거래업계 최저수준인 2.9%로 낮추는 방식을 시범 적용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자 4월부터는 모든 판매자로 적용범위를 확대했다.
하 대표는 최저수수료를 적용하면 더 많은 판매자들이 위메프의 쇼핑생태계에 모여들게 되고 이들이 다양하고 특색있는 상품을 준비해 경쟁을 펼친다면 자연스럽게 고객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최저수수료 적용을 정식으로 시행한 이후 문의 횟수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판매자들의 적극성도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멤버십도 세분화해 운영하기로 했다. 위메프는 주문 횟수와 금액에 따라 등급이 올라가는 무료 멤버십제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위메프는 무료 멤버십을 4월까지 시범운영한 뒤 5월에 정식 도입하기로 했다. 위메프의 무료 멤버십제도는 구매금액과 무관하게 5회 이상을 구매하거나 구매횟수에 상관없이 결제액이 30만 원 이상인 고객에게 할인쿠폰과 함께 특가구매 기회 등을 제공한다.
또 고객의 구매이력과 정보를 바탕으로 상품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서비스도 도입하기 위해서 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 기술개발에 투자여력을 집중하려고 한다.
위메프는 2019년 말 3700억 원 수준의 투자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해에는 코로나19와 경영공백의 영향으로 예산을 거의 집행하지 못해 투자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 대표는 이를 통해서 '기술 기반의 오픈마켓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위메프에 심으려고 한다.
위메프는 과거 반값할인행사 등 공격적 마케팅으로 덩치를 키워왔으나 이는 고스란히 비용으로 되돌아오는 문제를 떠안았다. 또 일시적 프로모션을 통해 모인 고객들을 위메프 생태계에 붙잡아두지 못한 한계도 드러냈다.
전임자인 박은상 대표는 2020년 적자더미에 앉은 위메프의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상품기획조직을 강화하며 자체브랜드 제품전략 등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제대로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프는 박 대표가 2020년 6월 건강상의 이유로 장기휴직에 들어가면서 반년 가까이 경영공백을 겪게 됐고 지난해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역대급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오히려 역성장했다.
위메프는 202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864억 원을 거두고 영업손실 540억 원을 냈다. 2019년보다 매출이 17% 즐었는데 그나마 영업손실도 29% 축소됐다.
하송 대표는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일하다 지난해 8월부터 대표직무대행으 맡아 체질 개선작업에 속도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 대표는 올해 2월 대표에 정식으로 선임됐다.
하 대표는 취임사에서 “최고 수준의 큐레이션서비스를 더 강화해 나갈 것이며 철저하게 사용자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1976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경영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에서 근무하다 2011년 위메프그룹에 합류했다.
2014년 고양원더스 단장, 2019년 키움 히어로즈 대표도 거쳤는데 위메프 창업자이자 지주사 원더홀딩스를 이끄는
허민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