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제약의 최대주주인 송암사가 1680억 원 규모의 보유주식을 처분하자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유제만 대표이사는 자칫 투자자들 사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향한 의구심이 싹트진 않을까 걱정이 클 것으로 보인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풍제약의 최대주주 송암사가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보유주식 200만 주를 처분하자 주식시장에서는 이를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송암사와 신풍제약이 단순히 지분관계로만 얽힌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송암사의 최대주주는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이사 사장으로 장 전 사장은 신풍제약의 창업주인 장용택 회장의 장남이다.
장 전 사장은 2009년 대표이사에 올라 신풍제약의 고속성장을 이끌었지만 2011년 분식회계와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장 전 사장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신풍제약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제약바이오업계에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오너가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에게 전권을 맡기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무엇보다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차질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지 않을까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신풍제약과 송암사의 관계를 사실상 사업회사와 지주회사 관계로도 볼 수 있는 만큼 송암사의 보유지분 매각을 자사주 매각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보는 시선도 시장에 적지 않다.
통상 기업의 자사주 매각은 악재로 해석된다.
자사주 매각은 기업이 현재의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많이 올랐다고 판단한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면 기업이 굳이 지금 자사주를 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송암사가 신풍제약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서 성과를 낼 수 없음을 미리 알고 주가가 떨어지기 전에 ‘한몫잡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말도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신풍제약의 기업가치가 최근 들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성과에 크게 흔들리는 만큼 유 대표로서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향한 의구심이 생기는 게 아무래도 부담이다.
신풍제약은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면서 주가가 대폭 뛰었다. 2020년 말에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유한양행 등 대형 제약바이오기업들과 시가총액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2020년 12월30일 기준으로 신풍제약 시가총액은 6조5701억 원에 이르러 제약바이오기업 6위를 차지했다. 1위와 2위는 각각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었고 유한양행이 5조209억 원으로 7위였다.
신풍제약은 최근 셀트리온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최근 국내 임상2상에서 110여 명 환자에 약물 투여와 추적관찰을 마치고 자료 분석 및 정리만 남겨 두고 있다.
신풍제약은 이대로 임상2상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6월 말 시험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약물 재창출은 기존에 나와 있는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적응증을 규명해 신약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일반 신약 개발방식과 비교해 이미 안전성이 확보됐고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