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부문 인수에 나설까?
김태오 회장은 다른 지방금융지주보다 뒤처진 DGB금융지주의 실적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계기를 마련하고 싶은데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 확대가 효과적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지주가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부문을 인수하면 김 회장이 강조하던 DGB금융지주의 수도권 진출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21일 DGB금융지주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김 회장은 DGB금융지주의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가장 빠르게 외형 성장과 실적 확대를 추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수합병을 들여다 볼 가능성이 높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최근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한다는 계획을 밝힌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부문을 인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된 소매금융부문을 놓고 사업철수를 결정하고 전체 또는 부분 매각이나 사업 축소 및 폐지 등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은행의 순이익은 2018년 3079억 원에서 2019년 2942억 원, 2020년 1875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년 만에 40% 가깝게 줄어든 것이다.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부문을 인수하는 것은 수도권 고객 기반과 영업점을 확보해 지방금융지주의 성장성 한계를 극복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회장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DGB대구은행은 대부분의 영업점이 대구·경북지역에 집중돼 있고 수도권 영업점 비중은 4.9%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씨티은행의 영업점은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금융당국은 8일 DGB금융지주가 위험가중자산을 계산할 때 내부등급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는데 이에 따라 보통주자본비율이 2.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인수합병을 위한 자본여력이 개선됐다는 점도 인수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한국씨티은행도 노조의 반발이나 금융당국의 견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해체나 폐지 대신에 매각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인수 가능성을 놓고 “계획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은행계열사의 순이익을 끌어올리는데 공을 들였다.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지배주주순이익 가운데 비은행계열사의 순이익 비중이 약 44%로 은행중심 금융지주 가운데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런 체질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DGB금융지주는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 등 3대 지방금융지주 경쟁에서 뒤처진 실적을 보이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2018년까지 JB금융지주에 앞서며 2위 자리를 지켰으나 그 뒤로 2년 연속 JB금융지주에 밀렸다.
지난해 JB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의 지배주주순이익은 각각 3635억 원, 3323억 원이었다. 2019년은 3419억 원과 3274억 원을 나타냈다.
김 회장은 자체적 체질 개선에는 충분히 성과를 거둔 만큼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 및 실적확대라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인수합병의 효과를 이미 경험한 적이 있다.
DGB금융지주는 2018년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하이투자증권의 순이익은 2018년 459억 원에서 지난해 1068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DGB금융지주의 전체 순이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효자 계열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김 회장은 최근에도 다른 인수합병건을 추진해 성공시켰다. 김 회장은 3월 지주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내며 동반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벤처캐피탈 수림창업투자의 인수를 결정했다.
수림창업투자의 자회사 편입작업은 4월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