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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에서 2012년 대학교 기성회비 반환과 국공립대학 반값등록금 실현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서울대 졸업생 100여 명이 학교를 상대로 기성회비를 반환하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기성회비 소송대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는 서울대 졸업생 126명이 “재학 당시 지불했던 기성회비 전액을 돌려달라”며 서울대기성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고등교육법 등에 따라 등록금은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에 한정된다"며 "기성회비는 회원이 자율적으로 내는 회비로 규정돼 있으므로 그 밖의 납부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울대기성회는 입학금, 수업료, 기성회비를 일괄납부하라는 등록금 고지서를 발급해 기성회비를 입학금과 수업료와 분리해 납부할 수 없도록 했다"고 판결했다. 기성회비는 희망자에 한해 내는 것인데 이를 강제적으로 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전부승소와 다름없다. 소송에 참여한 졸업생 중 109명은 청구한 금액 전부를 돌려받고, 나머지 17명은 청구액의 90% 이상을 반환받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서울대가 졸업생 126명에게 돌려줘야 하는 기성회비는 1인당 최저 224만원에서 최고 5127만원까지 총 21억7400만원이다.
서울대는 항소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전국 국공립대학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연달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당이득 청구권 소멸시효가 10년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국공립대학들이 반환해야 할 기성회비 규모는 최대 13조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성회비는 등록금 중 입학금과 수업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다. 그동안 기성회비는 시설비, 교직원 연구비, 기타 학교운영경비 등으로 사용돼 왔다.
그동안 국공립대학들이 기성회비를 받을 수 있었던 근거는 1963년 제정된 문교부 훈령이다. 이에 따르면 입학금과 수업료 외에 기성회비를 징수해 학교 운영비에 쓸 수 있다. 그러나 훈령은 행정명령일 뿐 현재 기성회비에 관한 법률은 따로 없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6일 공시한 전국 45개 국·공립대의 '2014년 국립대 기성회비'에 따르면 기성회비는 전체 등록금 수입의 78%를 차지한다. 기성회비를 가장 많이 받은 대학은 520만 원을 받은 서울과학기술대다.
기성회비 반환소송이 줄을 잇자 국공립대학들은 정부의 보조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교육부는 “기성회비로 거두는 한 해 1조3천억 원(2012년 기준)을 국가예산으로 투입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대신 “기성회비는 사실상 등록금으로 간주돼 왔다”며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돌려서 부과하는 ‘국립대학 재정·회계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 등이 2012년 발의한 이 법안은 올해 2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가 무산됐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월 ‘기성회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했다. 국립대학 기성회비를 국고지원으로 대체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유 의원은 “이 법안이 처리될 경우 서울시립대 사례에서 보듯이 등록금이 줄어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 법안 역시 통과되지 못했다.